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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논현로] AI 미래에 대한 우울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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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생산성향상 효과 예측 엇갈려
투자 대비 성과 미약…‘거품론’까지
실물경제 영향 지켜본 뒤 판단해야


이투데이

노벨상 수상자와 그들의 업적은 언제나 우리를 놀라게 한다. 올해 과학분야 노벨상의 화두는 단연코 AI(인공지능)였다. 물리학상과 화학상 모두 AI 연구자가 차지했다. 우리는 궁금한 무언가가 생기면 포털 검색 대신 생성형 AI를 찾기 시작했고, 엔비디아는 관련 이슈를 주도하면서 전 세계 시가총액 1위를 오르내린다.

그래도 가까운 미래에 AI가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내 명령을 척척 수행하지는 못할 것 같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AI가 부유한 미래를 보장한다는 기대와 전혀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교차한다.

골드만삭스의 2023년 보고서(The potentially large effects of artificial intelligence on economic growth)에 따르면 AI의 도입으로 미국의 노동 생산성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1.5%씩 증가하고, 10년 동안 세계 GDP(국내총생산)를 7% 정도 상승시킬 것이라고 한다. 미국과 유럽 노동자 가운데 25%가 AI로 대체되겠지만, AI가 가져올 비용 절감, 새로운 일자리 창출, 그리고 기존 노동자의 생산성 향상 등 세 가지 측면에서의 긍정적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맥킨지앤드컴퍼니 역시 같은 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AI가 생산성과 경제성장에 매우 긍정적이라고 예측하였다.

그런데 2024년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MIT(매사추세츠공과대)의 다론 아제모을루 교수는 일반적인 기대와는 달리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AI가 가져올 경제적 이득이 매우 적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올 9월 발표한 논문(The simple macroeconomics of AI)에서 AI에 의한 총요소생산성 증대 효과가 별로 없어 경제성장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추정하였다.

총요소생산성(이하 생산성)은 기술 진보, 효율성 개선 등 보이지 않는 생산성 증대 요인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이에 따르면 미국에서 AI의 생산성 향상은 자동화를 통한 비용감소와 노동자 업무 보조를 통해 이뤄지는데, 이것이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는 10년간 0.55%, 연간으로는 0.055%에 불과하였다. AI로 인해 GDP가 늘어나는 효과도 10년을 합쳐 고작 0.93~1.16%에 그쳤다.

아제모을루의 연구 결과가 다른 연구에 비해 비관적인 이유는 첫째, 분석대상인 AI를 생성형 AI로만 제한했고, 둘째, AI가 점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업무에 투입되어 초기의 효율을 기대하기 어렵고, 셋째, 실직 노동자가 현재보다 더 나은 직장을 찾지 못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만일 감성, 경험, 임기응변 등이 업무 처리에서 중요한 일자리라면 AI로 노동자를 대체해도 효율성이 딱히 나아지지 않을 수 있다. AI로 인해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부분도 생각해야 한다. ‘딥페이크’와 같은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는다.

한편, 블룸버그와의 인터뷰(10월 2일)에서 아제모을루는 현재 AI 분야로의 투자가 급증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만일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2025년쯤에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금융시장에 큰 충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이 시기를 넘기더라도 AI에 의한 실물경제 개선 효과는 기대할 수 없기에 AI 산업에서의 거품 붕괴는 불가피하다고까지 말했다.

올해를 한 달여 남긴 때에 미국 증시의 빅테크 실적은 여전히 견고하지만, AI의 투자 대비 성과가 약하다는 분석 또한 자주 등장한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미래에 대한 지나친 확신이 좋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던 경험이 여러 번 있었다. AI가 실물경제에 주는 영향을 차분하게 지켜보면서 미래를 판단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최의현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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