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번 찍어"…치매 어머니 투표 간섭한 딸, 무죄→유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치매를 앓는 어머니에게 특정 후보와 정당을 뽑으라고 부추긴 5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대구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성욱)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56)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5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지난 4월 6일 대구 동구 안심1동에 있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소에서 치매로 인지능력과 변별력이 떨어지는 어머니 B씨에게 특정 후보자와 정당을 지칭하는 번호를 알려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사전투표를 했음에도 고령인 B씨를 부축해 기표소로 들어가려다 투표 사무원에게 제지당했으나 지역구 투표용지에 기표할 특정 후보자와 정당을 알려주는 방법으로 투표에 간섭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씨가 투표지를 투표함에 넣으려는 순간 투표참관인이 "무효"라고 소리치자 격분해 투표지를 빼앗아 찢은 혐의로도 기소됐다.

A씨는 1심에서 투표지를 훼손한 혐의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B씨를 부축해 기표소에 들어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각각 선고했다.

검찰은 무죄 선고에 대해 "사실과 법리에 오해가 있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은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정당한 행위'라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피고인은 선거인이 아님에도 다시 기표소에 들어가려는 고의가 있었다"며 "거동이 불편하고 판단 능력이 온전하지 못한 어머니의 투표권 행사를 도우려다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과 초범인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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