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1 (목)

[단독] 이기흥 딸 친구 수상한 '압도적 1등'…두루뭉술 계획서도 최고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우대조건 자격증 하나도 없는 사람은 '이기흥 딸 친구'뿐

"확고한 직업정신"…심사위원 5명 모두 유씨에 '최고점'

'지휘부'를 '지위부'로…오타 서류에도 50점 만점에 '46.5점'



[앵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딸의 대학 친구를 부당 채용했단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저희가 문제의 채용 과정을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다른 지원자들은 채용에 유리한 자격증을 하나 이상 가지고 있었던 반면, 딸의 친구만 하나도 없었는데 그럼에도 서류도 면접도 모두 1등,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먼저 박준우 기자입니다.

[박준우 기자]

지난 2022년 대한체육회의 채용공고입니다.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의 훈련 관리와 생활지도 등을 담당하는 훈련생활지도관을 뽑는다고 돼 있습니다.

국가대표 경력 등이 지원 요건으로 논의되다 결국 빠졌습니다.

대신 전문스포츠지도사 자격은 한국사·한국어능력시험 등과 함께 우대 조건에 들어갔습니다.

[서영석/공직복무관리관 : (이기흥 체육회장은) 채용 담당자들에게는 해당 특정인의 채용에 걸림돌이 되는 지원 자격 요건의 완화를 수차례 지시했습니다.]

지원자 32명 가운데 이기흥 회장 딸 친구인 유모 씨를 포함해 5명이 통과했습니다.

우대조건 자격증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유씨뿐이었습니다.

그러고도 1차 서류전형인 '직무수행계획서' 평가에선 1등을 했습니다.

면접에서도 심사위원 5명 모두 유씨에게 최고점을 줬습니다.

유씨의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84점, 다른 지원자들보다 20점 가까이 더 받았습니다.

유씨에게 92점을 준 A심사위원은 채점표에 "확고한 직업정신이 보인다"는 별도 평가까지 남겼습니다.

B심사위원도 "성실한 준비와 직업정신에 대한 철학이 있다"고 칭찬했습니다.

[서영석/공직복무관리관 : 선수촌 고위 간부는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체육회장이 지정한 특정인에게 응시자 중 최고 점수를 부여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4명에 대해선 "생활지도관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고 혹평했습니다.

대한체육회는 현재 선수촌에서 일하고 있는 유씨에 대해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인사 조치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앵커]

이기흥 회장 딸의 친구는 특히 자신이 어떻게 일할지 적은 '직무수행 계획서'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해당 계획서를 살펴봤더니, A4 용지 한 장짜리에 오타까지 있었고 체육회 기준대로라면 탈락했어야 할 표현까지 있었습니다.

이어서 최연수 기자입니다.

[최연수 기자]

서류전형에 지원한 유씨의 직무 수행계획서입니다.

첫 단락에 지위부라고 적었습니다.

선수들의 애로 사항을 상부에 전달하겠다고 하면서 지휘부를 잘못 쓴 겁니다.

직무수행 방향은 선수들이 누구에게 고민을 털어놓는지 보겠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이라면서 MZ 세대와 소통, 안전하고 따뜻한 선수촌 환경 조성 등을 적었습니다.

이렇게 두무뭉술하게 적고도 50만점에 46.5점을 받았습니다.

한 면접위원은 이 계획서에 구체성, 전문성 등 부분에서 만점을 주기도 했습니다.

다른 지원자들보다 많게는 10점을 더 받았습니다.

허술한 건 자기소개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한체육회는 채용계획안에서 지원자의 성실성을 판단한다며 자기소개서에 동일 음절이 반복될 경우 탈락시키겠단 방침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유씨의 자기소개서에는 음절을 반복해서 쓴 내용이 곳곳에 보입니다.

[서영석/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 : 경쟁률이 32:1이었기 때문에 이분의 부당한 채용으로 피해를 본 분들이 30명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저희들은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유씨는 결국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합격했습니다.

경찰도 채용 관련 서류를 확보해 검토하고 있습니다.

[자료제공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실]

[영상취재 이완근 이현일 / 영상편집 김영석 / 영상디자인 김관후 황수비]

박준우 기자

JTBC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