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정치권에 대응해 재계 사장단이 소수 주주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면 상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관련기사 A3면
21일 한국경제인협회는 삼성·SK·현대차·LG를 비롯한 16개 주요 그룹 사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 같은 내용의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4대 그룹을 포함한 한경협 회원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한자리에 모여 입장을 낸 것은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이날 사장단은 성명을 통해 "현재와 같은 어려움이 지속될 경우 국내 경제는 헤어나기 힘든 늪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규제 입법보다 경제살리기를 위한 법안에 힘써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특히 상법 개정안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많은 기업들은 소송남발과 해외 투기자본 공격에 시달려 이사회 운영이 어려워지고, 신성장 동력 발굴에도 상당한 애로가 예상된다"며 "결국 기업 경쟁력이 훼손될 수밖에 없고, 이는 한국 증시 밸류다운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소수 주주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기업경영 전반에 차질을 야기할 수 있는 상법 개정보다 자본시장법 개정 등 다른 방식의 접근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법적으로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일률적으로 포함시키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주주를 충실의무 대상으로 넣으면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로 굉장히 많은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상법상 이사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다. 개정안에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대상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 확대 등이 포함됐다.
[정승환 재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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