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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에 대한 증시 전반의 인식 수준이 높아지며 상장사가 자사주를 취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자사주를 취득했다고 해서 반드시 주가 부양으로 이어지지는 않아 투자자 주의가 필요하다.
21일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장사가 자사주 취득을 공시한 사례는 522건에 달해 지난 한 해의 454건을 크게 웃돌았다.
통상 기업가치 제고 계획과 함께 자사주 취득 공시가 발표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말 들어 자사주 매입 사례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올해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기업들 중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거나 반짝 효과에 그친 사례가 많아 주의할 필요가 있다.
가령 셀트리온은 올해에만 5차례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공시했지만 주가는 횡보하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주식 수가 증가했고, 관련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연초 20만원이 넘었던 주가가 17만원대로 떨어지자 회사 측은 3월 5일 781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발표했는데, 주가가 한때 18만원대로 오르기도 했으나 반짝 효과에 그쳤다. 이후에도 회사 측은 4월 17일 806억원 규모, 6월 14일에는 759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공시를 내며 7월 한때 주가가 20만원을 넘어섰지만 10월 들어 다시 18만원대로 하락했다. 이에 셀트리온은 10월 25일 재차 947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공시했으나 이달 들어 오히려 17만원대까지 밀린 상태다.
한미반도체 역시 올해 5차례 자사주 매입 공시를 냈지만 반도체 열풍이 꺼지며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연초 6만원 안팎에서 거래되던 한미반도체는 올해 중반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함께 반도체 열풍의 주역으로 꼽히며 6월 한때 20만원을 바라보기도 했다. 때마침 회사 측은 1월 16일 2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공시하며 당시 5만원 수준이던 주가를 8만원까지 끌어올렸다.
또 주가가 13만원 안팎이었던 4월 23일에도 499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추가로 공시하면서 5월 한때 주가가 16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반도체주가 대규모 조정을 겪으면서 잇따른 자사주 매입 공시에도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실제로 회사 측은 주가가 14만원대였던 7월 22일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으나 8월 들어 주가가 1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이에 9월 24일 4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추가로 발표했지만 이달 들어 주가는 8만원대까지 밀린 상태다.
최근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삼성전자 역시 주가 상승 효과가 하루에 그쳤고, 외국인투자자의 매도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들고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해 주가 부양 효과가 있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이 모두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언제든 처분하거나 되레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어 투자자들로부터 질타를 받는 경우도 있다.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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