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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보드게임의 새로운 타깃은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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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치매 예방에 효과 연구도...시니어용 보드게임 브랜드 출시한 곳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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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1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보드게임페스타' 현장. 어린 학생부터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보드게임 팬들이 게임 테이블만다 몰려 게임을 즐겼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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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700평(5645㎡) 규모의 너른 전시장에 게임 테이블이 수없이 깔리고, 머리 희끗한 할아버지부터 초등학생까지 남녀노소가 삼삼오오 게임에 집중하는 모습이 장관을 이뤘다.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보드게임 페스타’. 16~17일 이틀 동안 열린 국내 최대 규모 보드게임 박람회인 이 행사장을 WEEKLY BIZ가 찾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급성장했던 보드게임 시장은, 코로나가 물러난 뒤에도 어르신 치매 예방 도구나 아이들 교육 완구로도 주목받으며 저변이 넓어지는 모습이었다.

◇코로나로 28% 성장

‘보드게임 페스타’가 열린 킨텍스 현장은 보드게임 팬들로 인산인해였다. 서울시가 후원하고 서울산업진흥원·한국보드게임산업협회가 공동 주관하는 이 체험 행사는 지난해에도 약 8700명이 참석하고, 올해도 약 9000명 규모의 관람객이 찾았을 것으로 추산된다. 관람객들은 국내외 보드게임 400여 개를 체험하는 한편, 즉석에서 우승자를 가리는 ‘루미큐브’ 대회 등에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한 관람객은 “아이들이 휴대폰 화면이 아니라 손에 쥔 카드와 주사위에 집중하는 모습을 오랜만에 본다”며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매력을 다시 느꼈다”고 했다.

행사장이 아니라 집에서도 가족끼리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 야외 활동이 주춤했을 때 급성장했다. 미국 시장조사 회사 NPD 그룹에 따르면, 코로나가 유행했던 2020년 미국의 보드게임 판매액은 전년보다 28% 늘어난 21억달러(약 3조원)에 이르렀다. 중국에선 2020년에 보드게임 판매가 30% 증가(중국 보드게임산업협회)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를 거치며 보드게임 인기는 크게 확산했다. 한번 보드게임의 재미를 맛본 사람들이 보드게임을 계속 즐기며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마켓리서치퓨처는 지난해 135억6000만달러 규모의 글로벌 보드게임 시장이 2032년 2.3배 수준인 317억1000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가 보드게임의 신(新)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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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보드게임 페스타'에 전시된 다양한 연령대를 위한 보드게임/윤성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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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시장을 두고 업계에선 특히 시니어 고객을 눈여겨보고 있다. 16일 보드게임 페스타가 열린 현장에서도 프랑스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규모 보드게임 회사인 아스모디가 ‘액세스 플러스(Access+)’라는 시니어용 보드게임 브랜드를 소개했다. 자사의 베스트셀러인 ‘도블’ ‘타임라인’ ‘코텍스’ 등의 보드게임을 어르신도 즐길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기존 게임보다 카드 크기를 키우고, 오염에 강한 재질로 보완했으며, 이용자에 따라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게 한 게 특징이다. 전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에 시니어 대상으로 치매 예방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보드게임이 떠오른 것이다.

실제로 최근 치매 예방 센터와 충남대 연구에서 경증 치매 환자 등을 대상으로 보드게임이 유의미한 예방 효과를 냈다는 결과도 나왔다. 지난해 복지관, 재가 노인 센터, 요양 시설 등에 보드게임 150세트를 기증했는데, 하루 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던 노인들이 보드게임을 즐기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등 기관 종사자와 이용자의 친밀한 유대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됐다는 내용이다. 고령자들의 인지 능력을 높이고 사회적 교류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우울감을 극복하는 데 의미 있는 효과가 있다는 학계의 연구 논문이 속속 나오며 문화 센터, 양로원, 치매 치료 센터 등에서 활용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2023 대한민국 게임 백서’는 보드게임의 시니어 시장 확대를 두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보드게임 기업과 보다 즐거운 삶을 추구하려는 고령 인구의 수요가 맞아떨어지면서 앞으로도 이 분야는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학생들에겐 교육 완구 기능까지

어르신뿐 아니라 학생들에겐 보드게임이 숫자 감각, 추론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 완구로 활용되는 사례도 많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보드게임 페스타 현장에서 몇몇 부스는 순수하게 교육용 보드게임만을 위한 곳으로 운영되기도 했다. 아이들 손을 잡고 방문한 학부모들은 ‘유아 정서 발달’ ‘공간지각’ ‘교과 연계’ 등 다양한 분야별 보드게임을 아이들과 함께 고르는 모습이었다. 현장 직원은 “교사들도 보드게임을 직접 사러 온다”면서 “교내에서 보드게임 인기가 많아 학급에 비치하는 교육용 완구로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보드게임

종이나 나무, 플라스틱 등으로 된 판과 카드, 주사위, 나무토막 등 물리적인 도구를 활용해 진행하는 게임. 체스·바둑에서부터 할리갈리, 루미큐브, 젠가, 부루마불 등을 아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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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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