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한정 포함 개선기회 없이 퇴출···정부, 이르면 내년부터 추진
실적 등 상장유지 요건도 강화
증시 저평가 해소 '옥석가리기'
정부와 한국거래소가 2년 연속 감사 의견 부적정(의견 거절, 한정 포함)을 받은 상장사를 즉시 상장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존에는 감사 의견 미달 사유가 발생해도 이의신청 등을 통해 거래 정지까지 최대 20개월이 걸렸지만 앞으로는 조건 충족 시 즉각 퇴출되는 것이다.
2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거래소는 감사 의견 부적정이 나온 상장사가 다음 해 감사 의견도 정상에 못 미칠 경우 개선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즉시 상장폐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조만간 공청회 등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부터 제도 개선에 나선다.
감사 의견 부적정에는 재무제표에서 일부 왜곡이 발견될 때 회계법인이 기업에 부여하는 ‘한정’과 감사 의견조차 내기 힘들 정도의 왜곡 시 받는 ‘의견 거절’이 포함된다. 이는 모두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된다. 이 경우 상장사들은 이의신청을 통해 1년 이내의 개선 기간을 부여받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 감사 의견 미달 사유가 발생했을 때 평균 거래 정지 기간은 코스피 상장사가 20개월, 코스닥 상장사는 19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감사 의견 거절과 한정을 받은 상장사는 코스피는 16개(21일 기준), 코스닥은 56개로 총 72개사다. 2022년 43개, 2023년 52개였음을 감안하면 증가세가 뚜렷하다.
특히 정부와 거래소는 상장 유지를 위한 시가총액, 실적 요건도 강화할 계획이다. 코스피는 시가총액 50억 원, 코스닥 시장은 40억 원이지만 이를 각각 300억 원, 100억 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액은 각각 50억 원, 30억 원에서 두 배 이상 상향할 방침이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한국 증시가 주요국 가운데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상장사 옥석 가리기를 본격화하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상장이 마치 특혜처럼 인식되면서 역설적으로 상장폐지에도 온정주의적 시각이 강한데 제도 개선을 통해 이런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준 기자 econ_j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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