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젊은 세대일수록 초성 답변 자체가 성의 없다는 의견 많아
일러스트=김영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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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내린 지시에 대해 제가 ‘ㅇ’ 하고 답하면 기분이 좋을까요? 메신저에선 ‘ㅇ’ 한 글자만 ‘띡’ 보내니 이건 반말보다도 더 성의 없는 것 아닌가요.”
지난해 판교의 한 스타트업에 입사한 A(28)씨는 그의 직속 상사인 크리스(35·가명)와의 메신저 대화가 영 불편하다. 요즘 여느 스타트업처럼 영어 이름을 쓰지만 그의 상사 크리스는 유독 메신저에서 대답할 때만은 ‘ㅇ’이라는 초성 하나만 보낸다. A씨는 “효율적이란 핑계로 ‘ㅇ’ 하나만 보내는데 대표도 안 하는 효율성을 우리 상사만 추구하고 있다”며 “메신저에도 기본 예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메신저 소통은 이미 업무의 한 부분이 됐다. 하지만 이런 메신저를 사용하는 형태가 세대별로 다르다 보니 갈등도 적잖다. 특히 생애 첫 통신 기기가 스마트폰이었던 세대가 최근 입사를 시작하면서 무선호출기(삐삐)나 2G(2세대 이동통신)로 사회 생활을 시작한 후 차근차근 전철을 밟아온 상사와의 괴리가 생기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날 때부터 스마트폰 메신저를 쓴 ‘요즘 세대’는 어떤 말투를 기분 나빠할까. WEELKLY BIZ가 ‘ㅇ’을 둘러싼 세대 간의 동상이몽을 설문을 통해 알아봤다. 설문은 지난 15~18일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를 통해 직장인 1209명을 대상으로 했다.
그래픽=김의균 |
◇하다못해 ‘ㅇㅋ’이라도 보내지
먼저 메신저를 통한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세대 불문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업무 중 메신저를 통한 의사 소통에서 불쾌했던 적이 있는가’란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과반인 55.3%가 ‘그렇다’고 답했다. ‘업무용 메신저를 통한 소통이 대면 또는 통화 소통에 비해서 실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왜곡시킨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72.0%에 달했다.
‘ㅇ’ 또는 ‘ㅇㅇ’ 등 초성으로만 하는 대답에 기분이 나빴다는 것도 세대별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런 형태로 상사가 답변할 때 기분이 나쁜가라는 질문에 전체의 55.0%가 ‘그렇다’고 답했다.
초성 답변이 싫은 이유를 묻자 ‘성의가 없어 보여서’란 의견이 많았다. 초성 답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복수 응답)에 전체의 41.0%가 ‘초성만 보내는 것 자체가 성의 없다’고 답했다. 18.4%는 ‘하다못해 ㅇㅋ이라도 보내지 ㅇㅇ은 너무 성의 없다’고 했다. 콘텐츠업에 종사하는 B(38)씨는 “특히 내 말에 반복적으로 ‘ㅇㅇ’이라고 받아치면 ‘나랑 대화하기가 싫은가’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고 했다. ‘ㅇㅇ’은 쓰는 사람에 따라 ‘응’을 옆으로 뉘인 것이라고 받아들이거나 ‘응응’ 또는 ‘예예’ 등으로 다양하게 읽는데, 이런 간단한 답변조차 전체를 타이핑 하지 않는 것은 성의가 없어 보인다는 의견이 많았다.
◇20대와 50대의 동상이몽
다만 세대별로 ‘ㅇㅇ’ 답변에 대한 호불호 정도는 차이가 났다. 초성 답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복수 응답)에 부정적인 의견(하다못해 ㅇㅋ이라도 보내지, 초성 답변 자체가 성의 없다, 이모티콘이라도 보내지)을 낸 이들의 응답을 모두 더하면 20대에선 85.1%, 50대에선 69.7%로 젊은 세대일수록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컸다. 반대로 긍정적인 의견(의미만 통하면 된다, 읽고 씹는 것보다는 낫다)을 모두 더하면 20대는 32.3%, 50대는 46.1%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50대는 ‘초성 답변 자체가 성의 없다(33.2%)’는 의견과 ‘서로 바쁜데 의미만 통하면 된다(32.1%)’는 의견이 비교적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의가 없다’는 답변이 1등이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의견이 비슷하게 나왔다. 20대에서 두 답변의 차이는 28.2%포인트였던 것과 격차가 컸다. 외국계 제약사에 다니는 C(49) 부장은 “‘ㅇㅇ’이 싫다는 것은 알겠고 나도 동의는 한다. 그러나 그런 것 하나하나 다 신경 쓰면 일은 언제 하냐”며 “그렇게 치면 요즘 들어오는 신입들은 기본적인 통화 예절도 모르는데 그렇다고 일일이 지적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젊은 꼰대’ 느낌까지 골치
이번 설문에서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상사(선배)와 부하 직원(후배)의 메신저 대화에서 20~30대가 의외로 이른바 ‘꼰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직장인들이 상사의 지시에 가장 흔히 쓴다는 ‘넵’이란 답변과 관련해 “’넵~’ ‘넵ㅋ’ ‘네ㅠ’ 등 변형이 거슬리는 경우가 있느냐”고 묻자(복수 응답) ‘거슬리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50대(36.2%)에서 가장 많았다. 오히려 40대(35.3%), 30대(29.0%), 20대(25.1%)로 젊을수록 ‘넵’의 변형이 더 거슬렸다고 했다.
20대는 특히 일상 대화에 쓰는 ‘웃음’ 메시지에도 민감한 편이었다. ‘^^’ ‘:)’ ‘ㅋㅋㅋㅋ(지나치게 많은 ㅋ)’ ‘ㅋ(지나치게 적은 ㅋ)’ 등과 같은 웃음 표시 가운데 어떤 웃음이 제일 거슬리는지 묻자(복수 응답) ‘^^’은 16.9%, ‘ㅋㅋㅋㅋ’은 43.1%, ‘ㅋ’은 44.1% 등으로 답했다. 웃음 표시 ‘비호감 비율’이 다른 세대보다 모두 높았다. 국회에서 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는 D(48)씨는 “인턴이나 비서 중에 ‘^^’라는 웃음이 음흉해 보인다든지 ‘:)’는 옛날 세대만 쓰는 거라든지 얘기하면서 날 가르치는 경우가 있다. 의원 소셜미디어를 관리하는 입장에서 이젠 웃음 표시까지도 신경 써야 한다니 너무나 골치 아픈 시대가 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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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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