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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아이 계정 삭제됐어요"…인스타그램의 강력 규제, '진짜 목표'는 따로 있다? [이슈크래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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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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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맑은 미소, 귀여운 장난, 의도치 않게 안겨주는 뭉클한 감동까지…

'랜선 조카'들에게 위로를 받는다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일상을 담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내 인기 콘텐츠는 수만~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합니다. 인기 키즈 인플루언서들은 협찬이나 광고도 받고 브라운관까지 진출하는 등 연예인 못지않은 화제성을 자랑하죠.

그런데 이들의 활동에 돌연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대표적인 SNS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이 이들의 계정을 정지하고 나선 데 따른 건데요. 온라인상에선 계정 정지 대책과 예방책 등을 우후죽순 공유하고 있죠.

다만 인스타그램의 진짜 목표를 '육아 계정 정지'라고 할 순 없습니다. 인스타그램이 제동을 걸고 나선 건 아동·청소년들의 계정 운영인데요. 이들을 대상으로 한 강력한 제재는 전 세계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엄격한 청소년 보호 정책이 벌써 도입된 국가도 있고, 한국도 수개월 내에 이 정책의 영향을 받을 예정이죠.

그렇다면 반대의 목소리는 없을까요? 인스타그램이 보호 정책을 강화하게 된 배경부터 영향까지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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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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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요미네→홍현희·제이쓴까지…계정 정지 릴레이, 무슨 일?


최근 정지된 인스타그램 계정들은 아이의 성장 과정 기록 및 육아 정보를 공유해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피드에는 아이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가득했죠.

KBS 2TV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큰 사랑을 받은 펜싱 선수 김준호의 아들 정우,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91만 명을 보유한 '태요미네'의 태하, 인플루언서 유혜주의 아들 유준, 방송인 홍현희와 제이쓴 부부의 아들 준범 등의 인스타그램이 모두 비활성화 혹은 차단 처리된 바 있습니다.

다행히 이들 계정은 현재 복구된 상태지만, 지금도 온라인상에선 "육아 계정이 일시 차단됐다.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 글부터 '아기 계정 비활성화 푸는 방법' 등의 안내 글이 잇따르는 중입니다. 계정 정지 조치가 팔로워가 많은 인플루언서 계정에 그치지 않는다는 겁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인스타그램이 시범 도입한 인공지능(AI) 기반 연령 확인 시스템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옵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는 지난해 3월 일부 국가를 대상으로 연령 확인 도구를 시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요. 이 연령 확인 도구가 이들 계정 운영 주체를 14세 미만으로 인식하고 삭제한 것 같다는 거죠.

인스타그램은 공식적으로 만 14세 이상의 가입만 허용하는데요. 사실 기본적인 정책에 그친 터라, 이전까지는 부모가 운영하는 육아 계정은 물론이고 초등학생들이 직접 운영하는 계정 등이 별문제 없이 존재해왔습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은 최근 미성년자 보호 강화 조치를 도입했습니다. 이 조치에 따라 어린이 사진이나 영상이 게시된 계정 상당수가 불시에 정지 조치를 받은 건데요. 일부 키즈 인플루언서의 경우 인스타그램 계정을 협찬, 광고 등 상업 활동에 이용하기도 해 비상이 걸린 측면도 있죠.

이에 이용자들은 우선 아기 사진이 프로필로 설정돼 있다면 가족사진이나 엄마, 아빠 등 성인 사진으로 변경하고, 아이디와 소개 글에 엄마나 아빠가 운영하는 계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적어놔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또 아기 사진만 있으면 조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가족사진을 많이 올리는 수밖에 없다는 충고도 빠지지 않죠.

계정이 비활성화됐을 때 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는 '180일 이내에 재고 요청을 하면 활성화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발송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재고 요청을 하면 24시간 안에 비정상적으로 정지된 계정은 풀리지만, 그래도 여러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일부 이용자들은 불만을 토로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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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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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사람을 죽이고 있다"…청문회서 진땀 흘린 저커버그


청소년의 과도한 SNS 사용에 따른 부작용은 세계적인 사회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선정적·폭력적인 콘텐츠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맞춤형 알고리즘에 따른 중독 문제까지 제기되면서 각국 정치권에선 청소년의 SNS 사용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죠. 미국에선 41개 주 연합 등이 청소년들에게 필터링 없이 유해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며 메타를 고발했고, 의무총감이 청소년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며 술·담배처럼 경고 문구 표시가 의무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호주와 유럽 등에서도 청소년의 SNS 사용 금지가 공론화되는 중입니다.

특히 1월 열린 미 연방 상원 법사위원회에선 메타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에게 질타를 쏟아냈습니다. '빅테크와 온라인 아동 성착취 위기'를 주제로 한 청문회엔 저커버그뿐 아니라 스냅챗의 에반 스피겔, 틱톡의 추쇼우즈, X(옛 트위터)의 린다 야카리노, 디스코드의 제이슨 시트론 등 유명 SNS 기업의 CEO들이 참석해 진땀을 흘려야 했죠.

당시 방청석엔 SNS에서 벌어진 성착취, 집단 따돌림 등으로 자녀를 잃은 부모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조시 홀리 공화당 의원은 저커버그를 향해 "당신의 제품이 사람을 죽이고 있다"며 "이 자리에 있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사과하라"고 다그쳤고, 유가족들은 항의의 의미로 사망한 아이들의 사진을 높게 들어 올렸는데요. 저커버그는 청문회장을 가득 채운 피해자 가족들을 향해 돌아선 뒤 "여러분이 겪은 모든 끔찍한 일에 대해 송구하다. 아무도 여러분의 가족이 경험한 것과 같은 일을 겪어서는 안 된다"고 고개를 숙였죠.

테크 업계에서는 이 청문회를 계기로 SNS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아동 보호 법안 논의가 물살을 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 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NCMEC)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상 아동 성학대물 신고는 지난해 사상 최고(3600만여 건)를 기록했는데요. SNS의 폐해가 실제로 드러나고 있는 만큼 규제와 관련된 논란도 거세게 불탈 거라는 전망이었죠.

이는 현실이 됐습니다. 우선 유튜브는 8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새로운 청소년 보호 기능을 추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능은 기존 부모 감독 기능에서 한층 더 강화된 것으로, 10대 초반 청소년 자녀의 유튜브 계정을 '가족센터' 또는 '패밀리 링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보호하는 방식입니다. 자녀가 새 동영상을 업로드하거나 라이브 스트리밍을 시작하면 연결된 부모의 계정으로 즉각 알림이 전송되죠.

틱톡은 친구를 초대하면 보상을 주는 프로그램을 중단, 연령별로 기본 설정을 제한했습니다. 메시지 수신 제한과 계정 비공개 전환에서 나아가 '세이프티 페어링'을 통해 부모가 자녀의 SNS 사용 패턴을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스냅챗은 부모가 청소년 자녀의 대화 목록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출시했고, X는 민감한 게시물 업로드와 리트윗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청문회에서 난타당한 메타는 인스타그램의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진행했습니다. △알고리즘 수정으로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콘텐츠를 추천하지 않고 △60분 이상 접속 시 종료 권고 알림을 발송하며 △밤 10시~오전 7시까지 수면 모드를 적용해 알림을 음소거 처리해 유해 콘텐츠와 중독 방지에 나섰죠.

특히 10대 계정(Teen Account) 정책이라는 강수도 뒀습니다. 18세 미만 청소년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기본적으로 비공개 처리한 겁니다. 이전까지 비공개 계정 설정 여부는 본인의 선택이었지만, 새 정책에 따라 14∼15세 계정은 부모가 '감독 툴'을 통해서만 계정 비공개 설정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15~16세는 본인이 원할 경우 공개 계정으로 전환할 수 있죠.

또 프라이버시를 위해 메시지 내용까지는 알 수 없지만, 부모는 자녀가 누구와 메시지를 주고받는지 알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친구가 아닌 사용자와는 메시지를 주고받지 못하고, 자살·자해와 성적인 콘텐츠에 대해 접근할 수 없습니다. 이 같은 기능은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에 우선 적용됩니다. 기존 계정이 있는 18세 미만 청소년들도 향후 60일 이내에 '10대 계정'으로 전환된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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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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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에 효과적" vs "사회 활동 억압"…여러분의 생각은?


10대 계정 정책은 연말부턴 유럽 국가에, 내년 1월부턴 한국을 포함한 나머지 국가에 도입될 예정입니다. 이르면 한국 청소년들도 내년 1월부터 인스타그램 계정이 기본적으로 비공개 처리된다는 뜻이죠.

청소년 사용자 감소로 인한 매출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브랜드 이미지 개선, 규제 위험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요.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CEO 역시 "청소년 이용자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손해가 분명하지만 부모들을 안심시키고 신뢰를 얻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네티즌들 반응은 어떨까요? 청소년의 SNS 사용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이들의 사회 활동을 억압할 수 있다는 지적을 간과할 순 없습니다. SNS는 소통뿐만 아니라 정보 교류나 교육의 장이 되기도 합니다. 건강한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오히려 유해한 문화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도 있죠.

다만 아동·청소년의 딥페이크 성범죄, 사이버 폭력 피해가 연일 보도되고 범죄 피해 연령도 갈수록 낮아지는 실정입니다. 이에 청소년의 SNS 사용 규제도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죠.

국내 한 네티즌은 10대 계정 정책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부모가 운영하는 아동 계정도 제한해야 하는 것 아니냐. 사이버 범죄의 위험에 노출된 셈인 데다가 추후 사진이나 영상을 삭제하더라도 온라인상에 남아 있거나 잘못 관리될 수도 있지 않나"라고 '셰어런팅'(Sharenting)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습니다.

[이투데이/장유진 기자 (yxxj@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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