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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이슈 국방과 무기

美, 우크라에 '방어용' 대인지뢰 제공 공식화…韓 셈법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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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를 공급했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남은 임기 약 두 달간 우크라이나에 막판 지원을 쏟아붓는 가운데 북한군의 참전 동향에 따라 한국도 방어 무기 지원 등 추가 조치에 대한 딜레마가 깊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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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 모습.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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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 무기' 제공 공식 확인



미국은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정부에 비지속성 대인지뢰를 공급한다는 것을 확인해줄 수 있다"(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 "러시아의 전술이 변경돼 진격 속도를 늦춰야 한다. 우리가 제공하려는 지뢰는 비지속성"(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라며 대인 지뢰 제공을 공식화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러시아를 향한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발사 승인에 대해서는 관련 보도를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는 것과는 온도 차가 있는 반응이다. 미국 정부가 '방어 무기'인 대인지뢰에 대해선 지원 사실을 즉각 인정한 반면 '살상 무기'인 에이태큼스에 대해선 거리를 두는 배경에는 러시아의 반발 등을 고려, 무기 지원에 있어 나름의 기준선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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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이 미국에서 지원받은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을 단행한 19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모니터에 관련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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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따먹기' 막판 격전…"섣부른 액션 금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막판 뒤집기' 싸움이 격화하고 전황이 심상치 않자 한국 정부도 무기 지원 관련 발언에 보다 신중해진 분위기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이 알려진 뒤 지난달 24일 "살상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더 유연하게 검토할 수 있다"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에는 "만약 무기 지원을 하면 방어 무기부터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관련 질문에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방어 능력을 갖도록 보충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기 지원을 하더라도 방어 무기부터 순차적으로 검토하겠단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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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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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휴전 협상을 앞두고 '땅따먹기식' 혈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섣불리 얽히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상당수 전문가도 당장은 서방의 전격적인 지원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확전 양상을 띠고 있지만 '시한부'라고 보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무기 지원이 전세를 바꾸는 데에 과연 얼마나 영향을 주고, 어느 정도의 지속성을 갖고 이뤄질지가 관건"이라며 "러시아가 가하는 막판 공세의 고삐를 늦추는 정도의 목적에 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도 방어 무기의 공급이 수요에 비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트럼프의 구체적인 액션 플랜도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선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엄구호 한양대 러시아학과 교수도 "러시아 방공망이 잘 갖춰져 있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지원할 수 있는 미사일의 양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최근에 러시아 본토에 대한 미사일 공격이 허용됐다고 해서 전황이 급격히 바뀔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취임이 6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고, 미·러 간 물밑 접촉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한국은 트럼프의 입장이 명확해질 때까지 구체적인 결단은 유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계적 대응" 이미 경고…韓 딜레마 가중



다만 북한군이 이미 실전에 투입되고 미국과 유럽산 무기가 우크라이나 전장에 본격적으로 투입되는 가운데 한국이 마냥 손을 놓고 있기도 부담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정부는 북·러 군사 협력의 추이에 따라 "단계적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북한군의 전장 개입 수위가 높아지는 데 따라 북·러 불법 협력을 억제할 실효적 카드를 꺼내 들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 트럼프 2기가 출범한 후 전격적으로 휴전이나 종전이 이뤄질 경우 이후 재건 사업 등에서 한국이 '지분'을 주장하기 위해선 미리 적절한 기여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가운데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21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리는 제11차 아세안(ASEAN)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에 참석했다.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 8개국이 참가하는 회의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규탄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지원 관련 논의도 비중 있게 이뤄질 전망이다.

■ ◇미국이 지원한 '대인 지뢰'는

이번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한 지뢰는 ‘비지속성(Self-Destruct)’ 대인지뢰로 분류된다. 2주에서 한 달 정도 작동기한 후 스스로 폭파되거나 비활성화되는 기능이 걸려있다고 한다. 비인도적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민간 피해를 최소화하는 조치라는 게 미 정부의 설명이다. 미국과 러시아 모두 대인지뢰의 사용, 비축, 생산 및 이전을 금지하는 주요 국제 협약인 1997년 오타와 협정에 가입하지 않았는데 미국은 2022년 한국을 제외한 지역에서 대인지뢰 사용을 전면금지한다는 정책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대인지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한 건 전황의 긴박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존 러시아군은 선봉에 기계화부대를 투입했다가 최근 보병부대를 앞세우고 있다. 전차 같은 장비 손실, 지형 특성, 드론전 양상 등에서 기계화부대의 약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러시아군의 진격을 최대한 지연시키기 위해 대인지뢰 사용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보병 전술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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