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절도 피해액 400억달러…팬데믹 전보다 늘어
업체들 감시·보안 체계 강화 등 대응 나서…일부 성과
도난 감지 센서 설치하고 차량·안면 인식 기술 도입
바코드 옮겨붙이기 막으려 셀프 계산대 폐지하는 곳도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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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소매업계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2023년 외부 도난에 따른 피해액은 400억달러(약 55조 9160억원)에 달했다. 이는 재고 손실의 36%에 해당하는 규모다. 화장품, 데오도란트, 전동공구 등 주머니에 넣기 쉽거나 훔칠 때 가리기 쉬우면서도 수익성이 좋은 품목들이 가장 많이 도난을 당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업체들이 감시·보안 시스템을 강화했음에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절도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타깃은 올해 초 지난해 도난 피해액이 전년보다 5억달러 늘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아울러 미 형사사법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3대 도시에선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절도가 증가했으며, 올해도 23개 도시에서 작년보다 절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소매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키오스크와 같은 셀프 계산대를 늘린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진단이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고객들이 유리 진열장이 잠겨 있음에도 뻔뻔하게 물건을 훔치거나, 저렴한 품목의 바코드 스티커를 비싼 품목에 붙여 셀프 계산하는 영상이 확산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소매업체들은 결국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 강화에 나섰다. 새롭게 도입된 방안들은 대부분이 전자기기 감시에 의존하고 있다. TJ맥스(TJ Maxx)에선 바디 카메라를 착용한 보안 요원들이 고객들을 감시하고, 월마트에는 통로마다 CCTV가 설치됐다. 드럭스토어는 잠금 장치가 달린 유리 진열장을 설치했다. 할인 체인인 달러 제너럴은 2만개에 달하는 매장에서 셀프 계산대를 없애고 있다.
홈디포는 주차장 감시 카메라에 번호판 뿐 아니라 개별 차량의 색상, 긁힘, 찌그러짐 등까지 스캔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했다. 다른 매장에서 도난이 의심되는 차량이 도착할 때를 대비해서다. 같은 이유로 일부 업체는 안면 인식 기술을 도입해 과거 절도 이력이 있거나 절도할 것으로 의심되는 고객들을 식별하고 있다.
이외에도 경비 인력을 늘린 곳, 셀프 계산대의 스캐너를 정교한 제품으로 교체한 곳, 의심스러운 발걸음 또는 잠긴 진열장 안에 물건이 사라졌을 때 이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장착한 곳 등이 있다.
FT는 “소매업체들이 절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속속 최첨단 감시 기술을 도입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패배하고 있다”며 “도난이 늘어나며 미 소매업체들은 매출이 줄고 보험 및 추가 보안 조치 등을 위한 간접비가 증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일부 소매업체는 도난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홈디포의 최고재무책임자인 리처드 맥페일은 지난주 “이것(도난에 따른 피해)은 모든 소매업체의 문제다. 정량화하기도 어렵다.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보안에 대한) 투자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로운 감시·보안 체계에 대해 불만을 지닌 고객도 적지 않다. 코어사이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가운데 3분의 1이 안면 인식 카메라가 설치된 매장에서 쇼핑을 줄이거나 아예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시장조사기관 뉴머레이터는 “잠겨 있는 물건들을 접한 고객 5명 중 1명은 온라인 쇼핑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에서 절도는 사회적으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선 지난 10년 동안 경범죄였던 절도가 이달 초 투표를 통해 중범죄로 재분류됐다. FT는 올해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캘리포니아주의 득표율이 상승했는데,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 시절 절도범을 사살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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