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가장 등 상식 벗어난 기망”···전청조, 2심서 징역 13년

‘재벌 3세’ 사칭 30억원대 사기

전 연인 남현희의 조카 학대 혐의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와 재혼한다고 밝혔다가 사기 의혹이 불거진 전청조씨가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재벌 3세’를 사칭해 30억원대 사기를 저지르고 연인관계였던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의 중학생 조카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청조씨(28)가 항소심에서 징역 1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백강진)는 2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전씨는 1심에서 사기 혐의로 징역 12년,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징역 4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1심보다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이 감형됐다. 전씨의 경호팀장 행세를 하며 사기에 가담한 이모씨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징역 1년6개월이 선고된 원심보다 형이 높아졌다.

전씨는 재벌 3세를 사칭하며 강연 등을 통해 알게 된 수강생과 지인들 35명을 대상으로 35억원 이상의 돈을 투자금 명목으로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전씨의 범행을 알면서도 전씨와 공모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씨는 사기 혐의 외에도 남현희의 중학생 조카를 10여차례 때린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전씨에 대한 두 사건을 병합해 심리를 진행했다.

전씨는 항소심에서 “진지한 반성과 수사 협조 등 유리한 사유는 전혀 참작하지 않고, 공소사실과 관련이 없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언론 기사 등으로 과중한 형이 선고됐다”며 “양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일반적인 투자 관련 사기나 문서 위조와 달리 유명인 사칭, 재력가 행세, 허위 경호, 명품 과시, 성별 가장, 자발적 언론 노출 등 일반인의 상식을 크게 벗어나는 특유의 기망 수단을 동원해 많은 피해자를 낳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씨는 사회와 언론의 부정적인 반응을 탓하고 있으나 이러한 반응은 전씨의 행태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전씨의 범행을 ‘상상적 경합’ 관계라고 봤다. 상상적 경합은 하나의 행위로 여러 혐의가 발생할 경우 가장 중한 죄로 처벌하도록 한다. 재판부는 “전씨는 다수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반복적으로 범행을 했고,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고 이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본 피해자도 있다”며 “양형기준의 사기범죄 특별가중 요소로 규정된 사유 거의 대부분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씨에 대해선 1심과 달리 방조 혐의 시점을 2023년 7월보다 3개월 앞선 4월로 인정하면서 형량이 높아졌다. 재판부는 “경호·비서 업무를 빙자해 여러 의심이 가는 정황이 있음에도 굳이 확인하려 하지 않거나 외면하고 묵인하면서 사기범행을 쉽게 한 방조혐의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이날 실형이 선고되면서 다시 법정구속됐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짧게 살고 천천히 죽는 ‘옷의 생애’를 게임으로!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