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보위·사카모토 류이치 주연 ‘전장의 크리스마스’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노이즈 없애고 음질 개선
“5060보다 영화 처음 보는 2030 관객이 많아”
작품성 보장·홍보비용 절감·콘텐츠 차별화 전략
전설적인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사진)가 출연한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는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지난 20일 개봉했다. 엣나인필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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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가 전쟁영화에 등장한다. 2차 세계대전 도중 일본군의 포로가 된 영국군 소령이다. 지난해 작고한 일본의 유명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는 일본군 대위로 변신해 무사처럼 강렬한 눈빛을 보여준다. 배우이자, 감독이자, 코미디언인 기타노 다케시도 포로들을 마구 구타하는 일본군 하사관으로 나온다. 데이비드 보위가 사카모토 류이치에게 ‘뽀뽀’하는 장면에선 입이 절로 벌어진다. 테마곡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의 멜로디가 유장하게 흐르며 심심한 여운을 남긴다.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전장의 크리스마스>가 지난 20일 개봉했다. 한국에선 관객이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던 명작이다. 35㎜ 필름으로 촬영된 1983년 영화인데도 화면은 깨끗했다. 오래된 필름의 노이즈, 깜빡거림, 흔들림 등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필름 특유의 독특한 질감과 따뜻한 색감이 매력적이었다. 이런 관람이 가능한 이유는 ‘디지털 리마스터링’ 기술 덕분이다. 영화 원본 필름을 스캔해서 디지털 픽셀로 옮긴 뒤 색보정을 거쳐 고화질로 만든다. 손상된 음향을 복원하거나 음질을 높이기도 한다.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사진)가 주연 배우와 음악감독을 맡은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는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지난 20일 개봉했다. 엣나인필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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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극장가에선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친 고전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극장 관객이 급감한 위기 상황에서 작품성이 증명된 고전 영화들은 ‘조용한 흥행’ 중이다. 지난 6월 소마이 신지 감독의 <태풍 클럽>(1985)은 39년 만에 정식 개봉했다. 8월에는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희생>(1986)이 29년 만에 재개봉했다. 9월에는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세 가지 색’ 트릴로지 <블루>(1993), <화이트>(1994), <레드>(1994)가 개봉했다. 특히 <희생>은 1995년 한국에서 관객 10만명을 모았던 작품이다. 올해도 전국 51개 상영관에서 관객 1만5000명을 돌파했다.
안방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편하게 볼 수 있는데 굳이 극장을 찾아 고전 영화를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계에선 ‘좋은 작품’이라면 수고와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큰 스크린으로 ‘영화적 경험’을 느끼고 싶어하는 수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영화 수입·배급사 엣나인필름이 운영하는 예술영화 전용 극장 ‘아트나인’은 고전 영화를 직접 발굴해 상영한다. 요즘은 신작보다 고전을 찾는 관객이 많아 고민이다. 한때 고전과 신작의 상영 비율이 8대 2까지 기울어질 때도 있었다고 한다.
소마이 신지 감독의 <태풍 클럽>은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지난 6월 39년만에 정식 개봉했다. 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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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희생>은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지난 8월 재개봉해 관객 1만5000명을 돌파했다. 엣나인필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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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관객은 고전 영화의 새로운 핵심 관객으로 떠올랐다. CGV에서 상영하는 <전장의 크리스마스>의 연령별 예매율을 보면 20대(43.5%)와 30대(23.4%)의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영화사들은 젊은 감각에 맞게 포스터를 디자인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홍보에도 공을 들인다. 엣나인필름은 영화 <희생>을 홍보하면서 주인공이 돌보는 나무를 강렬한 빨간색으로 색칠한 포스터를 제작했다.
주희 엣나인필름 이사는 “그냥 옛날 영화를 트는 게 아니라 오늘날의 영화로 새롭게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주 이사는 “추억을 찾아오는 50·60대 관객보다 처음 보러 오는 20·30대 관객이 많다”며 “젊은 세대는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도 다양한 문화의 하나로 신선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고전 영화가 꼭 흥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통상 고전의 판권 가격은 신작보다 비싼 경우가 많지만 상영할 수 있는 계약 기간은 신작보다 짧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종합유선방송(케이블 방송) 등에 유통할 수 있는 부가판권이 제외된 경우 오로지 극장 상영으로 수익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흥행의 불씨가 쉽게 꺼지지 않아 상당 기간 높은 좌석점유율을 유지한다는 강점을 가졌다. 유명한 작품이거나 재개봉하는 작품이라면 대중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홍보 비용을 상당히 아낄 수도 있다.
최근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콘텐츠 차별화’ 전략으로 고전 영화를 단독 개봉하기도 한다. 메가박스는 5월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쇼생크 탈출>(1995)을 30주년 기념으로 단독 개봉했고, 롯데시네마는 6월 강제규 감독의 천만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2004)를 단독 개봉했다.
메가박스는 지난 5월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쇼생크 탈출>을 30주년 기념으로 단독 개봉했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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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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