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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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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보험금, 손주 대학가면 학비로"…불붙은 보험권 신탁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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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5일 만에 총 755억원 계약

교보생명은 전날까지 71건 체결 완료

#직장인 이모씨(47)는 자신이 사망한 후에도 지적장애인 자녀 A씨(21)를 경제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사망보험금 6억5000만원에 대한 보험금청구권신탁에 가입했다. 이모씨가 사망하면 A씨에게 5000만원을 일시 지급하고 다음달부터 10년간 매달 300만원, 이후 매달 250만원을 지급하도록 신탁계약을 설계했다.

최대 900조원에 달하는 신탁시장이 열리면서 생명보험사들이 보험금청구권신탁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은 출시 5일 만에 750억원에 달하는 신탁 계약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보험금청구권신탁 출시 5일 만에 신탁계약을 156건을 확보했다. 계약체결 금액은 총 755억원에 달한다. 가장 많은 금액구간은 3억원 미만(96건)으로 이들의 평균 가입금액은 1억2000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10억원 초과 고액가입자는 23명으로 평균금액은 20억50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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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청구권신탁이란 고객이 받는 보험금을 신탁사가 관리·운용해 지정한 수익자에게 지급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뜻밖의 상황에 대비해 내 의지대로 재산이 쓰이도록 설계하고 상속분쟁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예컨대 사망보험금을 양육의무를 저버린 배우자가 아닌 자녀에게 온전히 남길 수 있다. 경제관념이 없는 자녀에게 재산을 한번에 상속하지 않고 매년 기념일마다 나눠 지급하도록 할 수도 있다.

실제 최모씨(66)는 사망보험금 3억원이 손자녀의 대학 학비로 쓰이길 원해 삼성생명의 보험금청구권신탁에 가입했다. 해당 계약에 따라 삼성생명은 손자녀 3명이 각각 성인이 되는 시점에 1억원씩 지급한다. 김모씨(69)는 사망보험금 5000만원을 손자의 결혼축하금으로 주기 위해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손자가 만 40세까지 미혼이라면 일시금을 지급도록 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보험금청구권신탁은 부유층만이 선호하는 상품이 아니라, 보험금이 의미있게 쓰이길 원하는 대중적 니즈도 많다"며 "특히 3억원 미만의 사망보험금은 피보험자 사망 후 자녀의 대학 입학이나 결혼 등 시점에 유가족이 고인을 기억할 수 있는 용도로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계약사례가 다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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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청구권신탁 시장에 뛰어든 곳은 삼성생명뿐만이 아니다. 지난 12일부터 사망보험금을 신탁 자산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되면서 다른 보험사들도 '1호 계약' 소식을 알리고 있다. 교보생명의 1호 계약은 말기암 판정을 받은 40대 여성이 초등학생 자녀를 위해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보험금 6억원을 앞으로 9년간 매달 300만원씩 교육비·생활비 등으로 지급하게 된다. 또한 대학에 입학하는 해에 1억원을, 대학을 졸업하는 해에 남은 2억원가량을 지급하기로 했다.

교보생명이 체결한 보험금청구권신탁 계약건수는 전날까지 총 71건에 달한다. 2022년 9월부터 종합재산신탁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시스템·인프라 구축에 나서는 등 선제적으로 관련 조직을 마련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보험금청구권신탁 상담과 계약을 돕기 위해 신탁전문가·변호사·세무사 등 40명이 넘은 전문가들이 협업한다는 점이 당사의 특징"이라며 "고령화시대 미래 유망 신사업으로 종합재산신탁을 지정하고 전사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 아래 관련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흥국생명의 보험금청구권신탁 1호 계약 주인공은 한 기업체 임원인 50대 남성이었다. 그는 사망보험금 5억원에 대해 자녀가 40세 되기 전까지 이자만 지급하다가, 자녀가 40세·45세가 되는 해에 보험금의 50%씩을 지급하도록 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보험금청구권신탁 시장이 열린 뒤 다양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고객의 재정적 안정을 도울 수 있는 신탁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생보사 22곳의 사망 담보 계약잔액은 약 883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론적으로 900조원에 가까운 신시장이 열린 데다가, 전에 확보한 보험계약과 연계하면 적은 비용으로 탄탄한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어 앞으로 금융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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