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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소버린 사태 되풀이될 수도'…재계 "상법 개정, 경쟁력 저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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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 기자회견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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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재계가 야당의 상법 개정 추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이 도입될 경우 기업들의 경쟁력을 저하시킴은 물론 해외 투기자본의 타깃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주요 그룹들의 사장단까지 나서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경제인연합회(이하 한경협)는 2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을 통해 "이사 충실의무 확대 등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은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 자본의 공격으로 이사회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어렵게 하고 신성장 동력 발굴을 저해함으로써 기업과 국내 증시의 밸류다운으로 귀결, 관련 법안 논의를 중단해달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성명서 발표에는 한경협뿐만 아니라 삼성 박승희 사장, SK 이형희 위원장, 현대차 김동욱 부사장, LG 차동석 사장 등 16개 그룹 사장단이 동참했다. 주요 그룹들이 한뜻으로 상법 개정안을 반대하고 나섰다는 얘기다.

이처럼 기업들이 한데 뭉쳐 성명을 발표한 것은 지난 2015년 메르스 이후 처음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그만큼 중차대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현경협과 16개 주요 그룹사 외에도 앞서 총 8개 경제 단체도 더불어민주당의 상법 개정 당론 채택에 대해 우려를 담은 입장문을 낸바 있다. 통상 한경협,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회, 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가 함께 해왔지만 이번에는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까지 거들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14일 입장문을 통해 "섣부른 상법 개정은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돼 국내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훼손시키는 '해외 투기자본 먹튀 조장법'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재계에서 반대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은 크게 3가지다. 이사 충실의무 확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 대상이다.

우선 이사 충실의무가 확대되면 소송 남발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사 충실의무 확대는 기존에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사가 사실상 모든 주주의 이익을 합치시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다. 결국 이로 인해 소송 남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인수합병(M&A) 등 이사들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순간 신속한 결정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날 성명서를 발표했던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은 "주주의 다양성을 볼 때 주주의 의견 또는 권익을 균등하게 반영할 수 있는 길은 없다"며 "문제는 사외이사들이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면 제대로 결정을 내리기 어렵고 심지어 사외이사를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기업들의 우려마저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사들의 경영 판단이 지체되고 과감한 투자 결정을 할 수 없게 되면 결국 기업의 성장 잠재력은 더욱 떨어지는 예기치 않은 부정적인 결과가 야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및 집중투표제 의무화도 마찬가지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주총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다른 사내외 이사들과 분리해 선임하는 제도다. 현행으로는 1명의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하지만 발의안대로라면 감사위원 전원으로 확대된다. 집중투표제는 2인 이상 이사 선임 시 1주당 선임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재계는 이 두 가지 개정안 역시 기업들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기는커녕 오히려 투기자본 등에 의한 경영권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한경협은 이같은 상법 개정으로 지배구조 규제 강화 시 미칠 파급력에 대해서도 요목조목 파고들었다.

지난 14일 한경협이 자산 2조원 이상 상장기업 150개를 대상으로 내놓은 '기업 지배구조 규제' 도입 영향 분석에 따르면 감사위원 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도입되면 2023년 말 자산 기준 30대 상장기업(공사, 금융사 제외) 중 8개 사(26.7%)의 이사회가 외국 기관투자자 연합에 넘어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기업 중에는 4개 사(40.0%), 100대 기업 중 16개 사(16.0%)가 기업 지배구조 규제 강화에 따라 외국기관 연합에 넘어갈 수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기업 지배구조 규제가 강화될 경우 외국기관 연합이 이사회에 이사를 1명이라도 진출시킬 수 있는 기업은 30대 상장기업 중 28개 사(93.3%)에 이르렀다.

즉 감사위원 전원 분리 선출 및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도입되면 국부 유출, 비용 증가에 따른 기업 경쟁력 하락, 기업의 성장 잠재력 훼손으로 인한 소수 주주 피해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사례도 존재한다. 지난 2003년 외국계 행동주의펀드 소버린은 감사위원 선출 시 3% 룰의 적용을 피해 SK 지분을 매입, 공격한 후 약 1조원의 단기차익을 거두고 한국에서 철수한 적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소수 주주의 보호를 위해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보다 기업들의 지배주고 개선 시 피해 방지 방안 등 핀셋형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 부회장은 "최근 들어 증시가 부진하고 국내 주식보다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훨씬 많아지는 등으로 인해 소수 주주 보호가 전면에 등장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이 된다"며 "그러나 이사 충실의무 확대를 포함한 상법 개정으로 해결하는 것은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보다는 기업의 경영 합리화를 위한 사업 재편 과정에서 물적 분할이라든가 또는 합병이라든가 소수 주주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에 대한 핀셋형 접근이 필요하다"며 "환부를 치료하기 위해 해당 부위만 치료하는 것이 아닌 팔다리 전체에 손을 대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게 경제계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단비 기자 2234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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