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수술 이후 부작용 경과를 제대로 살피지 않아 환자를 '식물인간' 상태에 빠뜨린 병원에 대해 법원이 "환자에게 2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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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수술 이후 부작용 경과를 제대로 살피지 않아 환자를 '식물인간' 상태에 빠뜨린 병원에 대해 법원이 "환자와 환자 가족에게 2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1일 뉴시스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유상호 부장판사)는 20대 환자 A씨와 그 부모가 전남대학교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병원 측이 A씨에게 1억6000만100원을, A씨의 부모에게 각기 2000만원씩 총 2억여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A씨는 2019년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에서 선천성 심장 질환인 '심방중격 결손'과 그에 따른 폐동맥 고혈압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에 병원 주치의는 같은 해 7월 A씨에 대해 '심방중격 결손 폐쇄 수술'을 했다.
수술 도중에는 심폐 기능을 대신할 인공심폐 기기로 체외 순환(바이패스)을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체내에 있을 때보다 혈액이 응고되기 쉬운 만큼, 혈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항응고제 '헤파린'과 항응고 효과를 중화하는 '프로타민'을 차례로 투여했다.
A씨는 수술 이튿날 심정지가 발생했고 후유증으로 저산소성 뇌손상·뇌부종 등이 나타나면서 의사 표현·보행 모두 스스로 불가능한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재판부는 "수술 이후 A씨가 '헤파린' 재활성화로 인한 출혈을 의심할 만한 증상들을 보이고 있었지만 병원 의료진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의료 감정 결과를 들어 수술 직후 A씨의 우측 늑강에 생긴 출혈은 헤파린 재활성화 현상으로 발생했으며, 항응고제 '헤파린'과 '프로타민'의 길항 작용(서로 다른 약제 효과를 상쇄시키는 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헤파린 재활성화에 따른 출혈이 누적되며 저혈량성 쇼크와 우측 늑강에 고인 혈액으로 인한 심장 압전이 중첩돼 10분여간 심정지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며 "의료진은 출혈 여부를 면밀히 관찰하고 의심 사정이 발견됐다면 추가 검사·치료 등 조치를 해야 했다. 수술 전 헤파린 재활성화에 따른 출혈 가능성 등에 대해 A씨에게 충분히 설명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병원 의료진들의 과실 내용과 위반 정도, A씨가 이미 앓고 있던 질병 내력 등을 고려해 의료진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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