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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딸애 과일도 못 먹였는데…하루에 9000만원 벌어요” SNS 광고 알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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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성공 스토리로 비상장 주식 투자사기

86명에 15억 편취…사기 일당 불구속 송치

세계일보

가짜 성공담을 만들어 SNS에 광고를 올린 뒤 주식 투자를 권유하는 영상 중 일부. 서울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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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비상장 주식 투자를 권유하는 방식으로 피해자 86명으로부터 15억원을 편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전기통신피해환급법 위반 및 형법상 범죄단체 조직 등 혐의로 총책 A(28)씨를 구속 송치하고 나머지 일당 8명을 이달 초 불구속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5월부터 10월 말까지 로또 예측 사이트 회원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투자 광고를 보고 개인정보를 남긴 사람들을 대상으로 비상장 주식 투자를 권유한 뒤 보유하지도 않는 주식을 매도한 것처럼 가장해 투자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피해자들을 속이기 위해 SNS에 투자 광고를 게재하고 가짜 비상장 주식 거래 사이트를 만드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특히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이나 언론 보도로 공모 일정이 알려진 비상장 주식 중 세간의 관심이 높은 종목을 골라 범행에 이용했다. 일반 투자자는 공모 절차에 참여하더라도 경쟁률이 높아 주식을 많이 배정받지 못한다는 점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이들은 범행 초기엔 이미 폐쇄된 로또 번호 예측 사이트의 유료 회원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회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손실보상 차원에서 회사가 보유 중인 비상장 주식으로 보상하고 있다”고 접근했다.

하지만 성공률이 떨어지자 8월부터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 “적은 돈으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취지의 영상 광고를 올렸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인이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홍보하면서 투자를 권유하는 내용이지만, 실상은 가짜 광고 제작자가 전문 배우를 고용해 만든 허위 영상이었다. 해당 영상에선 한 여성이 “딸아이가 딸기를 사자는 말을 못 했다. 딸기는 8000원이고 바나나는 2000원이니까. 그렇게 살기 싫었다. 지금은 하루 만에 9000만원 번다”고 말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조직원들은 광고를 클릭한 이용자들로부터 개인정보를 수집한 뒤, 전화를 걸어 투자자문업체 및 증권사 직원을 사칭하며 주식 매수를 권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먼저 대화방 초대나 주식거래 사이트에 로그인을 유도하고 주식 10주가 무료로 입고된 것을 확인시켜 준 뒤 “주식을 추가 매수하면 상장 직후 10배 이상 고수익을 볼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속여 매매대금을 받으면 연락이 두절되는 식이다.

경찰은 지난 8월 수사에 착수했고, 두 달여 만에 이들의 범행 장소인 경기 부천 소재 오피스텔을 특정했다. A씨는 지난 5월쯤 평소 알고 지내던 후배들과 사기 조직을 결성한 후 10월 말 검거될 때까지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비상장 주식 구매를 권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6개월여에 이르는 범행 기간 이들이 편취한 금액은 총 15억원으로 피해자는 86명에 달했다. 1인당 가장 큰 피해액은 818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이 취득한 범죄수익에 대해 몰수·추징 보전 절차를 통해 환수할 예정이다. 경찰은 영상을 제작한 일당도 쫓고 있지만 텔레그램으로 연락하고 가상화폐로 거래해 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근 공모주 청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용해 단기간 고수익을 약속하며 가짜 주식을 판매하는 범죄가 성행하고 있다”며 “신뢰할 수 없는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SNS 광고 영상에 개인정보를 남길 경우 범행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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