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상법 개정과 함께 기업인 배임죄 처벌을 공론화할 때가 됐다고 언급, 배임죄 폐지 또는 완화 움직임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그동안 재계를 중심으로 기업인에 대한 배임죄 적용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 왔다. 과거 정경유착 관행으로 정부가 검찰을 동원한 '기업인 손보기' 수사의 대표적 죄목이 배임죄였다. 그러다 보니 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자(CEO)가 경영상 판단을 내릴 때 배임죄를 우려해 적극적인 투자나 인수합병(M&A) 활동에 제약이 있어왔다.
[배임죄 완화 급물살] 글싣는 순서
2. 美·英 민사로 다뤄…해외 유례없는 '악법'
3. 합리적 경영은 면책…'경영 판단의 원칙' 명문화 필요◆ 형법·상법·특경법에 배임죄 규정...전 세계 유례 없어
21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는 형법상 배임죄 및 업무상 배임죄에 더해 상법상 특별배임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배임죄 규정을 두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 없이 형법, 상법, 특경법 등 세 법에나 배임죄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형법 355조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5년 이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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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상법 제622조에는 회사 발기인, 이사, 임원 등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배임죄가 명시돼 있다. 특별배임죄는 업무상 배임죄와 동일하게 10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특경법은 배임을 통한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인 경우 가중처벌토록 했다. 구체적으로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일 땐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현행 법상 3년이 넘는 징역에는 집행유예가 불가능해 실형 판결 가능성이 높은 만큼 특경법상 배임은 기업인들에게 큰 공포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배임죄의 요건이 모호해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자의적인 적용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특히 형법에는 배임죄의 요건 가운데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가 정확히 무엇인지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이 기업인의 투자 결정 등 순수한 경영상 판단을 배임죄로 기소했다가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과거 김승연 한화 회장, 이재현 CJ 회장, 이석채 전 KT 회장 등이 배임죄 무죄 판결을 받거나 법원에서 형량이 가벼워졌다.
◆ 민주당, 상법 개정 전제 배임죄 완화 시사..."폐지가 글로벌 기준"
민주당은 현재 상법 개정을 전제로 배임죄를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 정부 일각에서도 그동안 상법 개정의 전제 조건으로 배임죄 폐지를 언급해 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과거 검사 시절 주요 기업인들을 배임죄로 처벌했지만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언급하며 "한국은 배임죄에 대한 형사 처벌 수위가 너무 과도한 편"이라며 "배임죄 유지와 폐지 중 고르라고 하면 현행 유지보다 폐지가 낫다"고 말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배임죄는 너무 자의적이고 사후적인 판단이라 경영 판단의 원칙을 우선시하는 미국 등 주요 국가에는 없는 제도"라며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서도 횡령이 아니라 배임죄로 처벌했는데 논란이 많지 않았느냐.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차원에서라도 배임죄는 폐지하는 것이 글로벌 기준에도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tac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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