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당한 보문사 신중도 35년 만에 환수···미국 시카고대 미술관 ‘조건 없는 반환’

경북 예천 보문사에 봉안돼 있다가 도난당한 불화 신중도를 미국 시카고대 스마트미술관이 소장 중이다가 조계종에 반환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경북 예천군 보문사에 봉안돼 있다가 도난당한 불화 ‘신중도’가 35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다.

대한불교조계종은 미국 시카고대학교 스마트 미술관이 보유 중인 신중도를 돌려받기로 합의했다고 21일 밝혔다. 신중도는 도난당한 지 약 35년 만에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의 자리로 돌아감)하게 됐다.

1767년 혜잠 스님이 그린 불화 신중도는 화면 좌우에 제석천과 위태천을 크게 배치한 독창적 구성을 보여준다. 우수한 화풍과 구성의 희소성 등에서 가치가 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신중도는 보문사 극락보전에 봉안되어 있었으나 1989년 6월5일 도난당했다. 혜잠스님이 그린 아미타불회도, 삼장보살도와 함께 사라졌다. 신중도를 제외한 두 점은 2014년 국내에서 환수돼 보문사로 돌아왔다.

이 중 삼장보살도는 환수 이후 국가지정유산 보물로 지정됐으며 신중도 역시 이에 비슷한 수준의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으로 조계종은 기대하고 있다.

조계종이 신중도가 도난품이라는 것을 미술관 측에 설명하고 반환을 요청한 끝에 합의가 이뤄졌다. 미술관 측은 신중도를 원래 자리로 되돌려 종교적인 가치를 회복한다는 취지에 공감했으며 국제미술관협의회(ICOM) 윤리 강령 등을 준수한다는 차원에서 ‘조건 없는 반환’을 결정했다고 조계종은 전했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지난해 6월 미국 소재 한국 문화유산 현황을 조사하던 중 시카고 스마트미술관에 도난당한 신중도가 소장돼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조계종에 알렸다.

조계종은 “신중도 도난의 역사와 종교적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고 반환이라는 중요한 결정을 해준 시카고대학교와 스마트미술관 측에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제자리를 떠난 모든 성보가 본래의 자리로 환지본처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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