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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은행돈 14조원 증발…'마진콜 사태' 빌황, 징역 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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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구형량보다는 짧아…자산몰수·배상금 지급 판결은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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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황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설립자 겸 매니저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법원에 도착하는 모습. 이날 그는 사기 및 시장 조작 혐의로 18년형을 선고받았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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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은행에 100억달러(약 13조9830억원) 손실을 입힌 한국계 헤지펀드 매니저인 빌 황(한국명 황성국)이 미국 법원으로부터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들에게 대한 배상금 지급 판결은 법원 측의 추가 정보 요청으로 연기됐다.

20일(현지시간) CNBC·파이낸셜타임스(FT)·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앨빈 헬러스타인 판사는 이날 황 씨의 사기 혐의 사건 형사재판 선고공판에서 징역 18년형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이 구형한 형량보다는 3년 줄었다. 지난 7월 배심원들은 사기, 공갈, 시장 조작 등 10개 혐의에 대해 황 씨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고, 검찰은 징역 21년형을 구형했다.

헤지펀드 아케고스 캐피털 설립자인 황 씨는 2021년 마진콜(추가증거금요구)을 맞추지 못해 사실상 파산하면서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노무라증권, 모건스탠리, UBS 등 월가 대형 투자은행에 최소 100억달러의 손실을 입혔다. 이 사태로 가장 큰 손실을 입은 CS는 지난해 UBS에 인수되기도 했다.

아케고스 캐피털은 이들 투자은행과 2020년 총수익스와프(TRS)와 차익결제거래(CFD) 계약을 통해 보유자산 5배 이상인 500억달러 상당을 주식에 투자했다. 당시 황 씨의 차입금은 1600달러까지 폭증하기도 했지만, 투자 종목의 주가가 추락하면서 마진콜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아케고스 캐피털은 파산했고, 황 씨에게 대출해 준 은행들도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다.

월가 헤지펀드 업계의 전설인 줄리언 로버트슨의 제자인 황 씨는 내부거래로 인해 한동안 월가 대형 은행 내 '요주의 인물'로 평가됐었다. 그러나 월가 은행들은 거래 수수료 이익을 챙기고자 거액을 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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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투자자 빌 황(가운데)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설립자 겸 매니저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법원에서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았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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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스타인 판사는 이날 선고에 앞서 황씨에게 "당신의 행동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액은 내가 재판한 사례의 다른 어떤 손실보다 크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헬레스타인 판사는 이날 심리 내내 황씨에게 가혹한 형을 선고할 의도가 있음을 시사하며 황의 사기 혐의를 앞서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은 샘 뱅크먼-프리드 FTX 설립자 사건과 비교했다.

검찰의 앤드루 토마스 검사는 이날 선고 공판에서 "이번 사건은 진정 국가적 재난으로 묘사될 수 있는 드문 사건 중 하나"라며 법원 측에 당초 구형한 징역 21년형과 123억5000만달러 몰수,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 지급에 대한 판결을 요청했다. 다만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헬레스타인 판사는 황 씨에 대한 징역형에 대한 판결만 내리고, 그의 자금 몰수 및 피해자 배상금 관련해서는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고 보고 판결을 연기했다. 배상금 관련 선고 공판은 21일 재개될 전망이다.

황 씨의 변호사인 다니 제임스는 앞서 무죄 판결을 요구했지만 이날은 징역 4~5년형을 제안했다. 제임스는 황 씨가 여전히 뉴저지의 평범한 집에 거주하고 있다며 그의 자선활동과 겸손한 생활 방식을 강조했다. 그러나 판사는 황이 뉴욕 맨해튼 허드슨강 인근에 있는 새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거부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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