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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아주! 익사이팅 서울⑥] 노을빛 커피 마시며 물멍…한강뷰 새 핫플 '광진교8번가'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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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 20m…아담한 산책길 조성

자동차 아닌 '사람 중심' 이색적

서울둘레길 6코스의 시작 지점

야경‧쉼 명소 하부 전망대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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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교 위에서 바라본 한강 전경. [사진=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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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했던 늦가을 날씨가 초겨울 날씨로 바뀌던 지난 17일 늦은 오후 광진교 8번째 교각 아래 숨은 공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발길을 옮겼다. 5호선 광나루역 2번 출구에서 나와 걸으니 20m 폭의 작고 아담한 다리가 나왔다. 광진교였다.

왕복 8차선 ‘자동차’ 중심의 여러 한강 다리와 달리, 이 광진교는 ‘사람’을 중심으로 꾸며져 이색적인 느낌을 자아냈다. 자동차 도로가 왕복 2차선 밖에 안되는 반면 인도의 폭은 여느 한강 다리의 2~3배였고, 녹지공간으로 조성돼 산책을 즐기기에 충분했다. 그래서인지 다리를 걸으며 연인, 친구 그리고 반려견까지 함께 걷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미 트레킹을 즐겨하는 사람들 사이에 광진교는 ‘서울둘레길 6코스-고덕산’ 중 시작 구간으로 입소문이 자자했다. 총 156.5㎞ 거리, 21개 코스인 서울둘레길은 걸으면서 서울의 역사, 문화, 자연 생태 등을 경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조성돼 있다. 그 중 한강 다리를 건널 수 있는 단 2개의 코스 중 고덕산 코스는 광나루역부터 명일근린공원까지 총 9.3㎞ 거리를 3시간가량 걷는 길로 짜여있다. 광진교 북단에는 고덕산 코스의 시작을 알리는 빨간 스탬프 우체통이 자리하고 있었다.

저 멀리 롯데타워가 아주 가까이 들어왔다. 강북과 강남 강변에 위치한 ‘한강뷰’ 아파트의 다양한 모양들을 구경하며 광진교를 걷기 시작했다. 걷다가 중간중간 놓인 벤치에 잠시 앉았다. 탁 트인 다리 위에서 360도를 돌며 지는 해와 한강을 바라보다 보니 시간이 순식간에 지났다. 어느덧 어둠이 밀려와 광진교 가로등에 불빛이 들어왔다.

코끝이 시리고 몸에 찬 기운이 돌 때쯤 광진교 중앙 ‘광진교8번가’라고 쓰인 동그란 간판과 만났다. 광진교 8번 교각 아래 숨은 공간을 알려주는 표시다. 모르는 사람들은 자칫 그냥 지나칠 듯한 간판 옆 계단을 발견했다. 계단을 타고 한 걸음씩 내려가면서 한강에 더 가까워졌고 다리 위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광진교8번가는 국내 유일한 교각 하부 전망대다. 오세훈 서울시장 1기 재임 시절인 2009년 한강르네상스의 일환으로 개장했다. 이런 형태의 다리는 프랑스 파리 비르아켐 다리, 일본 도쿄 레인보 브리지와 함께 전 세계 세 곳 뿐이다.

전망대는 라운지와 공연장 두 개로 나눠져 있었다. 이날 공연장 문은 닫혀 있었다. 광진교8번가를 지키는 직원에게 물어보니 11~3월까지 동절기엔 운영하지 않는다고 했다. 국내외 유명 작품 전시, 공연에 대한 대관 신청은 4~10월 중에 받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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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교각 하부 전망대 광진교8번가 라운지에 사람들이 빈백에 누워 한강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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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각을 한 바퀴 돌아가니 라운지에 사람들이 한강을 바라보며 쉬고 있었다.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누워 서쪽 방향의 한강 전경을 바라보며 소위 물멍을 할 수 있는 빈백 자리는 역시나 만석이었다. 강화유리로 깐 전망대 바닥은 아찔하지만 물 위를 걷는 듯한 경험을 하게 했다. 이윽고 붉게 물든 덩어리가 강물 속으로 빠져들자, 이내 모두가 그렇게 물들었다. 내 커피잔도 붉게 물들었다.

한쪽 편에는 광진문화예술회관 풍경&인물화반 60‧70대 동아리 회원 3명의 그림 전시가 방문객의 눈길을 끌었다. 롯데타워가 곧바로 보이는 자리에는 ‘광8 망원경’도 놓여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이밖에 라운지에 비치된 책을 읽는 사람, 1000원짜리 따뜻한 커피로 몸을 녹이는 사람 등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유를 즐겼다.

사진을 찍기를 취미로 하고 있다는 이세영씨도 라운지에서 몸을 녹이고 있었다. 광진교8번가를 미리 알지는 못했지만 근처에 왔다 볼거리를 찾아 이곳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딸을 잠실 올림픽경기장에 데려다 주고 야경을 보기 위해 갑작스럽게 들렀다는 김재석(62)‧조경국(60) 부부도 만났다. 김재석씨는 “종로구에서 딸 일정에 맞춰 근처에 왔다가 서울 갈 만한 곳을 찾아 우연히 광진교8번가에 오게 됐다”며 “한강 야경을 보러 왔다”며 웃음 지었다.

이처럼 광진교8번가를 찾는 사람들은 매년 늘고 있다 올해는 10월까지 3만명이 방문했을 정도다. 그간 프러포즈 명소로 알려져 오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된 광진교8번가 야경 영상이 조회수 213만뷰, 좋아요 2만8000개를 받으며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서울시는 SNS 등의 인기에 힘입어 방문객이 늘고 있는 광진교8번가를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도약시키기 위해 내년에 라운지 공간을 확장하고 시설물을 개선할 계획이다.

아주경제=안수교 기자 hongsalam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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