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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단독] 고려아연, ‘제련업’도 국가핵심기술로 신청...쪼개기 매각 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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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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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정부에 자사의 제련 기술 2건에 대해 국가핵심기술로 추가 지정해달라고 신청했다. 2차전지 양극재 핵심 원료인 전구체 사업에 이어 본업인 제련 사업도 해외 매각을 봉쇄하려는 시도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자사가 보유한 아연 제련 기술과 전략광물인 ‘안티모니’ 제조 기술 등 2건을 국가핵심기술로 추가 지정해달라는 건의서를 냈다. 산업부 관계자는 “고려아연 측 건의를 접수해 추가 지정 검토에 들어갔다”며 “전문위원회 개최 등 절차를 거쳐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한 아연 제련 기술은 황산아연 용액 중 철을 회수하는 기술이다. 제련 과정에서 철을 제대로 회수해야 이후 공정에서 아연은 물론 구리와 카드뮴, 니켈, 코발트 등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고려아연의 안티모니 금속 제조 기술은 습식 제련으로, 기존 건식 제련과 비교하면 40%의 제조 원가로 생산 가능하다. 안티모니는 섬유·플라스틱 등에 첨가해 불이 번지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을 주는 물질인데, 최근 중국 정부가 전략물자로 지정해 수출 통제를 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방위 산업과 첨단 기술 산업에 필요한 안티모니 제련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면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고려아연의 안티모니는 국내 공급 물량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한 지난 9월 산업부에 하이니켈 전구체 제조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했고, 산업부는 지난 14일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통보했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을 외국 기업에 매각하려면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 이에 재계에선 MBK 측이 전구체 기술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고, 본업인 아연 제련 사업만 따로 해외에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고려아연이 제련 기술 2건을 국가핵심기술로 추가 신청한 것은 이런 ‘분리 매각’ 가능성을 막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현재 시가총액 20조원이 넘는 고려아연을 통째로 인수할 매수자를 국내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 해외 기업으로 재매각이 어렵다면 MBK의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다만 MBK 측은 고려아연을 중국 등 해외가 아닌 국내 기업에 재매각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8일에도 MBK·영풍은 고려아연 전구체 제조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인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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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 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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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국가핵심기술을 잇따라 신청하는 데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현 경영진이 ‘고려아연은 국가기간 산업’이라는 메시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이르면 올 연말 열릴 임시 주주총회 또는 내년 열릴 정기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과 MBK·영풍 측은 경영권을 놓고 표 대결을 벌여야 하는데, 현재 지분 싸움에서 불리한 최 회장 측은 경영권 방어 명분 강화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국가핵심기술 지정으로 고려아연 측 명분에 힘을 실어주면, 7%대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도 최 회장 측을 지지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계산이다. 현재 MBK·영풍 측 고려아연 지분율은 39.83%로, 최 회장 측보다 5%포인트 이상 앞서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제련 기술은 전구체 기술보다 국가핵심기술 지정에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보 및 국민 경제 발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는데, 현재 76개 기술이 지정돼 있다. 2차전지 전구체 기술은 이미 76개 목록에 포함돼 있었고 고려아연이 보유한 전구체 기술이 이에 해당하는지를 심사했다면, 아연·안티모니 제련 기술은 77번째 목록으로 신규 지정해야 해 전문위원회에서 판단한 뒤에도 규제심사, 행정예고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전구체 기술 판정이 두 달 가까이 걸린 것을 고려하면 제련 기술에 대한 판단은 해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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