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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지역서도, 공공의료 체계서도 존재감 없는 '의료취약지 보건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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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식 기자]
라포르시안

[라포르시안] 의료취약지 의료서비스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보건의료원에 대한 공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건소와 병원 역할을 함께하고 있는 보건의료원의 역할 중 진료 기능을 분리해 군립병원 및 지방의료원 형태로 전환함으로써 공공의료 체계 내에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과 지역보건의료협의회는 지난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의료취약지 보건의료원의 의료서비스 강화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지아 의원은 개회사에서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라는 급격한 변화 때문에 병원급 의료기관이 없는 의료 취약지에서 의료 서비스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현행 건강보험 보상 체계는 의료 서비스의 제공량에 따른 비례 보상 시스템만 갖추고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의료 취약지에서는 기존 민간 의료기관의 폐업이 줄을 잇고 있고 공공 의료 기관의 적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오늘 토론회는 의료 취약지에서의 한계점을 점검하고 우리가 현실적으로 어떤 변화를 추구해야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지역보건의료기관협의회 오상철 회장은 보건의료원이 의료 취약지에서 지속 가능한 건강 관리와 건강 증진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당부했다.

오상철 회장은 "우리 사회는 의료 서비스의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지역별 격차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남아 있다"며 "단순한 의료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인 만큼,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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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발제는 박건희 평창군 보건의료원장(지역보건의료기관협의회 학술이사)이 맡아 전국 보건의료원의 의료 서비스 제공 현황과 과제를 발표했다.

박건희 원장은 "보건의료원은 건강생활 실천율 향상과 건강한 환경 조성을 위한 보건소의 역할, 의료 취약지의 일차의료 서비스 담당, 종합 외래 및 24시간 진료 등 병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보건소 역할은 복지부 건강정책과, 건강증진개발원이나 도내 건강증진사업지원단에서 예산이나 평가, 기술 지원 등을 잘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반면, 보건지소나 보건진료소의 일차의료 서비스 측면은 미흡하다"며 "복지부 건강정책과에서 건강증진 기금에 따른 건강증진 사업에 대한 평가 등은 이뤄지고 있지만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에 대해서는 지침도 별로 없고 평가도 없다. 보건지소와 진료소에 대한 지침과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 시도마다 공공보건의료 지원센터나 공공보건의료 지원단이 있는데 그쪽에서도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에 대해선 전혀 거의 관심이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보건의료원이 병원 역할을 수행하기는 더욱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박 원장은 "병원 역할을 위한 시설을 지을 때 건강증진과에서 농어촌 특별기금으로 시설과 장비를 받을 수 있는데, 제대로 운영을 하고 있는지 또는 어떤 필수 의료과를 운영해야 되는지 기준도 없다"며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를 운영하지 않아도 지적하는 곳도 없고, 입원실 운영을 못해도 혼나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의료원은 권역 책임의료기관인 국립대병원에서 의사를 보내주기도 하지만 보건의료원은 그런 체계에서 다 빠져 있다"며 "인력 및 기술 지원은 대부분 보건의료원에서 부족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점이 크게 문제가 안 됐던 이유는 5~10년 전만해도 공중보건의사들이 수급돼 큰 구멍은 없이 응급실과 외래를 돌릴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몇 년 전부터 내과,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를 비롯해 외과 계열의 공보의들이 전혀 수급이 안 되고 있다보니 봉직의 체계제로 돌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보의에 의존하는 비중이 큰 보건의료원의 의료인력 구조의 한계도 문제로 지목했다.

박 원장은 "(봉직의 인건비로) 20~30억원을 쓰는 지역이 있는 반면, 봉직의를 안 쓰는 곳도 있는데 그런 곳은 거의 의료 서비스 기능을 못하고 있다"며 "인력 지원이 대부분 군에서 감당을 하거나 일부는 도의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보건의료원이 병원으로서의 역할에 많은 공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직 전공의들이 전부 복귀하면 내년엔 공보의가 아예 안 올 수도 있고, 사직 처리에 따라 3,000명 정도가 공보의로 3~4년 동안 올 수도 있어 전혀 예측이 안 되고 있다"며 "만일 공보의들이 안 오게 되면 응급실도 봉직의로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원장에 따르면 평창군 보건진료원 응급실은 1년에 약 3,000여 명의 환자가 이용하고, 수익은 1억 5,000만원 정도다. 만일 공보의가 없어서 봉직의 5명을 구하려면 의사 인건비만 15~20억원이 필요하고 간호사 인건비도 5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그는 "문제는 예산이 있어도 의사를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봉직의를 구하지 못하면 응급실을 닫을 수도 있다. 이것이 공보의와 관련된 보건의료원의 현장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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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희 원장은 보건의료원이 의료 취약지에서 인구 변화에 따른 의료서비스를 적절하게 제공하기 위해선 공공의료 체계 안으로 편입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 예로 보건의료원을 지방의료원 형태로 전환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보건의료원은 지역보건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 반면, 군립병원이나 지방의료원은 공공보건의료기본계획에 따라 운영 및 지원을 받고 있다.

박 원장은 "주변의 상급의료기관인 영월의료원이나 원주 세브란스병원, 경북대병원 등과 연계가 돼 인력을 지원해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보건의료원이 공공의료 체계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보건의료원을 복지부 건강정책과 산하에 보건소와 같이 둘 것인지, 의료 기능을 분리해서 보건소 역할만 하면서 의료 기능은 일종의 지방의료원 형태로 갈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방의료원이 어렵다면 군 조례로 군립병원이나 국립의원을 만들 수도 있다. 실제로 강원도 정선에선 군 조례로 군립병원을 만들었다"며 "지방의료원과 군립병원 중 어느 형태가 좋을지 논의가 오래 걸린다면 최소한 보건의료원이 공공의료 체계 안으로 들어와서 지방의료원과 비슷한 수준의 재정·인력·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현재 보건의료원은 공공의료 체계에서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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