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못지않게 허 대표의 거취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CJ CGV 주주들입니다. 주주들은 사실 불쾌한 쪽이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습니다. ‘영화 티켓보다 싼 주가를 만들어 놓은 해결사의 영전’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CJ CGV 서울 여의도 지점 전경. /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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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CJ CGV 주가는 전날보다 0.38% 하락한 522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52주 최저가 5000원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영화 티켓 한 장당 가격은 1만원 중반대입니다. 가장 저렴한 시간대에 영화를 보려고 해도 1만원은 지불해야 합니다.
사실 코로나19 이후로 CJ CGV와 같은 영화관 산업에 큰 기대가 없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여파로 코로나19 기간 동안 쌓인 누적 적자가 워낙 많았고,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산업의 발전은 영화 관객을 줄어들게 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주주들의 원망은 그저 투자 실패에 대한 화풀이로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주주들이 진짜 화를 낸 이유는 바로 작년에 이뤄졌던 유상증자 때문입니다. CJ CGV는 지난해 6월 1조원대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고 9월에 단행했습니다.
당시 유상증자는 ①CJ가 가지고 있던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의 현물출자와 ②주주배정 증자로 이뤄졌습니다. 증권시장에서는 CJ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현금은 최대한 줄이고 소액주주들의 주머니는 최대한 열어내는 계획안 정도로 읽었습니다.
CJ가 현물출자를 감안해 약 600억원 정도만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CJ는 이후 여론 동향 등을 살펴 주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1000억원으로 유상증자 참여 규모를 확대했습니다.
그래픽=손민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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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 대부분이 채무상환에 들어간다는 점도 주주들의 불만이었습니다. 당시 CJ CGV는 극장에서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과 미래 신사업 발굴에 자금을 활용하겠다고 했지만, 조달한 금액 대부분은 채무상환에 쓰였습니다. 신주 발행으로 조달한 현금 4153억원의 절반이 넘는 2253억원이 채무상환으로 쓰였습니다. 경영진의 경영 실패를 소액주주의 돈으로 만회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다만 최근 CJ CGV의 실적은 좋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조금 느리긴 하더라도 슬슬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증가한 덕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한국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올해 9월 국내 박스오피스 관객 수는 1011만 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51.8% 증가했습니다. 가수 임영웅 덕도 컸습니다. 공연 실황 콘텐츠인 ‘임영웅 :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이 흥행했습니다.
하지만 주가에 날개를 달기엔 아직도 역부족입니다.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계열사 CGI홀딩스의 자금조달 지원을 지속해야 하는 탓입니다. CGI홀딩스는 2009년 중국 내 극장 설립 등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회사입니다. 2019년부터 중국 외에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아우르는 통합법인으로 확장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CJ CGV 주가가 어느 정도 올라줘야 허 대표는 그때서야 ‘해결사’로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제는 허 대표에게 4세 승계의 숙제가 내려졌다고 알려져 있지만 CJ CGV에서 주주들에게 진 빚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물론 이제 다음 공은 허 대표의 자리를 이은 신임 대표에게도 이어집니다. CJ CGV 신임 대표이사에는 정종민 CJ CGV 터키법인장이 내정됐습니다. CJ CGV의 곳간지기인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에는 이번 인사에서 신임 임원으로 발탁된 임성택 경영리더가 옵니다.
신임 대표이사와 위기를 이겨내고 유상증자까지 감내했던 CJ CGV 주주들에게도 볕 들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연지연 기자(actres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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