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농장에서 길러낸 대두. 미국대두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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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장벽과 보호 무역주의가 상징하는 ‘트럼프노믹스(Trump+Economics)’가 국내 농·축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예를 들어 미국산 소고기·닭고기 수입 빗장을 더 열라는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통상 정책은 반도체·전기차 같은 첨단 산업이나 철강·에너지 같은 전통 제조업뿐 아니라 농축산업 등 1차 산업까지 전방위로 파장을 줄 수 있다.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자국의 관심 품목, 무역흑자 폭이 감소하는 품목, 한국이 제3국에서 주로 수입하는 품목을 중심으로 농산물 수입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농축산물 1위 수출국인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흑자 규모를 더 늘려야 할 시장이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대(對)한국 수출 농축산물 ‘톱5’는 소고기·옥수수·혼합조제식료품·돼지고기·밀이다. 반대로 한국은 식량자급률 44.4%, 곡물 자급률 20.9%(2021년 기준)에 불과할 정도로 식량 안보에 취약한 만큼 시장을 최대한 지켜내야 한다.
앞서 트럼프 1기(2017~2020년) 행정부 당시 미국은 201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소고기·돼지고기 등 주요 농축산물의 수입 개방 확대를 강하게 요구했다. 2기 행정부도 한·미 FTA 재협상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농업 분야 민간 싱크탱크인 GS&J 인스티튜트의 송주호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FTA 재협상 추진 과정에서 한국에 유전자변형식품(GMO)이나 소고기 연령 제한(30개월 미만) 수입 규제를 완화하거나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으로 2015년부터 중단한 닭고기 수출 재개 등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협상을 한다면 내줄 건 내주고 받아낼 건 받아내는 식의 ‘역발상’이 필요하다. 과거 2010년 FTA 추가 협상 시엔 자동차 분야에서 일부 양보하는 대신 냉동 돼지고기 관세철폐 기한을 연장한 사례가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통상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동차·철강 등 분야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한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농축산물을 ‘지렛대’ 협상 카드로 쓸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2019년 한국에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라고 요구한 적도 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실현 가능성이 작다”며 버티다 석 달 만에 개도국 지위를 포기했다. 향후 WTO 협상에서 쌀 보호관세·보조금 등 특혜 감축을 받아들여야 할 처지다.
중국과 무역 전쟁의 불똥이 한국으로 튈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미국의 최대 농산물 수출 시장이다. 중국 입장에선 미국의 규제에 대해 농산물 수입 제한으로 맞설 수 있다. 실제 2020년에 미국산 대두·돼지고기 수입을 중단한 적도 있다. 미국이 대중 농산물 수출 감소에 대비한 ‘대체 시장’을 찾는다면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통상과 별개로 미국 농산물의 가격 경쟁력은 더 높아질 수 있다. (바이든 정부와 달리) 기후 대응 정책 완화를 추진하는 트럼프 정부가 바이오 연료 대신 값싼 화석 연료 사용을 늘리면서다. 김상효 농경연 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 농산물의 고부가가치 상품화, 친환경 농산물 개발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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