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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기자의 눈] '악마'에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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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는 21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반도체산업특별법(이하 반도체특별법) 등 주요 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22대 국회 개원 후 산자위가 소위를 열어 법안에 대한 심사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특별법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안정적인 생산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골자다. 연구개발(R&D) 세액 공제 확대와 인력 양성 지원 외에도 주 52시간 근로 시간의 예외 적용과 같은 탄력적인 근로 환경을 도입하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재 7개 법률안이 마련돼있으며 여당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 속 여야 모두 국가 전략산업으로서 반도체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데에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세부 조항 등 디테일에서는 이견이 있어 통과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여당이 최근 추가한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 예외' 조항과 관련해서는 장시간 근로 체제로의 회귀를 우려하는 노동계와 야당의 반발이 여전히 거센 상황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우리 반도체 업계 지원을 위한 법안이 겨우 첫발을 떼는 사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먹구름은 점차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등장으로 한치 앞도 모르는 불확실성은 우리나라를 좀먹고 있다.

트럼프 2기는 자국 내 제조업 보호와 외국산 제품에 대한 의존도 감소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관세율을 상향하고 보호무역을 강화하며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공산이 크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선거 기간 수입품에 일괄 관세 10%를 부과하고 특히 중국산 제품에는 최대 6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도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보편 관세 10~20%포인트 인상이 예상되며 대미 수출액이 최대 304억 달러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또 반도체가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임을 감안하면 관세 정책 변화로 인한 손실은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특별법 통과가 시급한 이유다. 가뜩이나 최근 들어 '반도체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지 않은가. 지난 9월 반도체 생산이 전월 대비 2.6%, 전년 동월 대비 3.0% 감소하는 등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특별법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국내 반도체 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만큼 여야는 하루빨리 한국 반도체 미래를 위해서라도 통과를 시켜야 한다.

'악마는 가장 뒤처진 자부터 잡아먹는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뒤처지면 심각한 결과를 맞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악마'를 피하기 위해 여야가 똘똘 뭉쳐 총력전을 벌여도 시원찮을 판에 여야가 정쟁에 매몰돼 우리 핵심 산업의 발목을 잡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
아주경제

최예지 기자




아주경제=최예지 기자 ruizh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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