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가 세계 3대 게임쇼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 블리자드는 지난 2014년 이후로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에 발길을 끊었다. 두차례 연속 메인 스폰서를 맡고 지난해까지 참여했던 미국 에픽게임즈도 올해 지스타에선 볼 수 없었다. 이달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에 B2C(기업대소비자) 부스로 참여한 해외 게임사는 사우디, 중국 그리프라인과 일본 나이언틱뿐이다. 게임 플랫폼 구글플레이나 스팀이 참여했지만 이들은 개발사가 아니다.
정부가 스무살이 된 지스타를 글로벌 축제로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올해 행사의 면모만 보면 이 같은 포부가 무색하기만 하다. 글로벌 게임사들이 지스타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스타를 통해 얻는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대다수 게임사는 5월부터 서머게임페스트, 게임스컴, 도쿄게임쇼, 스팀 넥스트 페스트 등 대형 온·오프라인 게임쇼를 통해 신작을 소개하고 테스트를 마쳤다. 소니, 마이크로소프트(MS), 닌텐도 등 대형 콘솔 게임사들은 온라인 쇼케이스를 직접 개최한다. 연말에 열리는 지스타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신작을 발표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 지스타는 그야말로 국내 게임사들의 ‘그들만의 리그’였다. B2C 부스는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개발 중인 게임을 체험하는 시연 부스 위주로 구성됐다. 개발자와 소비자 간 소통이 활발한 인디게임 부스, 코스프레·2차 창작 전시 같은 관객 참여형 공간도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들러리 역할에 불과했다. 지스타 개막 전날 열리는 대한민국 게임대상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가장 권위를 가진 게임 시상식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게이머보다는 게임업계 종사자들만 관심을 가진다.
지스타의 문제점은 지난 20년간 지적돼 온 것들이다. 그동안 한국 게임산업의 글로벌 위상은 커졌지만, 주최 측인 한국게임산업협회의 노력은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듯하다. 서머게임페스트, 게임스컴, 도쿄게임쇼 등 글로벌 게임쇼 주최 측이 여러 게임사와 제휴를 맺고 참가를 독려하는 것과 대조된다.
한국 게임사들의 참여가 활발한 것에 만족한다면 ‘지스타 2025′에서 발전된 모습은 보여줄 수 없다. 세계 3대 게임쇼로 이름을 날렸던 미국 E3는 지난 2022년 개최 28년 만에 유력 게임사들이 줄줄이 이탈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참여업체나 게이머들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이다. 지스타가 20년을 넘어 30년, 40년 지속되려면 지금부터라도 환골탈태해야 한다.
김수정 기자(revis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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