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9월 시행 예정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 2년간 유예
정책 취지 훼손 우려에도…사육 농가 “달걀값 오를 것, 8년 유예를”
정부가 산란계의 사육환경 개선을 위해 내년 9월 시행키로 했던 사육면적 확대 방안을 2027년 9월로 2년 유예하기로 했다. 기존 농가의 시설 개·보수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한 조치인데, 산란계 농가에선 시행 시점을 2033년으로 더 늦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좁은 우리 안에 갇혀 지내는 닭들의 질병 확산 예방과 동물복지 향상이라는 정책 도입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일 이 같은 내용의 ‘산란계 사육환경 개선 방안’을 내놨다.
산란계 사육 면적 확대 방안은 2017년 8월 ‘계란 살충제’ 성분 검출 사태를 계기로 산란계의 최소 활동 공간을 확보해 동물복지를 향상하고, 가축 질병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마련됐다. 당시 좁은 우리(케이지) 안에 갇힌 닭들에서 진드기와 같은 해충이 쉽게 퍼졌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 살충제를 뿌린 농가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육 면적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에 농식품부는 2018년 축산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내년 9월1일까지 산란계 농가의 사육 면적을 마리당 0.05㎡에서 0.075㎡로 50% 늘리도록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내놓은 방안은 농가의 시설 개선에 필요한 기간을 확보하기 위해 시행 시점을 2027년 9월로 더 미루고, 해당 기간엔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또 계사 건폐율을 20%에서 60%로 높이고 케이지 단수를 9단에서 12단으로 확대하는 등 관련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시설 개·보수를 마쳤거나 현재 진행 중인 농가에 대해서는 연 1%의 정책자금을 전체 공사비의 최대 80%까지 지원하고 있다”며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시설 개·보수 비용으로 총 405억원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란계 농가는 사육 면적 확대에 동의하면서도 2027년도 이르다는 입장이다.
안두영 대한산란계협회장은 “내구연한이 통상 30년 안팎인 수십억원짜리 시설을 10년도 안 돼 다시 교체하라는 것”이라며 “법 개정(2018년) 이전에 시설을 갖춘 농가에 대해서는 면적 확대 규정을 소급 적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행 시점을 2033년으로 늦춰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달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현재 산란계 농가 1000여곳 중 480여개 농가에서 기존 사육시설을 유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새 사육 면적 기준을 적용하면 지금의 사육지에서 기를 수 있는 닭과 계란이 감소해 계란값이 크게 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올 초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새 사육 면적 기준 적용 시 계란 생산이 33%(하루 1500만개) 감소해 가격이 57%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산란계 사육환경 개선은 대국민 약속”이라며 “기존 시설에 대해 피해를 줄이기 위해 (법 개정 이후) 7년간 시행을 유예한 점과 이미 시설 개선을 마친 농가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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