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 조직개편때 미래전략본부 신설… AI 전환 등 경쟁력 제고
AI는 데이터를 먹는 기계… 1300만개 이상 기업DB 보유 최적 여건
노동 집약적·단순 반복업무, 창의적·고부가가치 업무로 전환시킬 것
"산업 패러다임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중심 대전환기를 맞이한 만큼, 신용평가(CB)업계 또한 AI 혁신이 필수가 됐다. AI로 업무 자동화, 비용 절감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하고 신규로 창출해 고부가가치 데이터 전문회사로 탈바꿈해 나가겠다."
홍두선 한국평가데이터 대표는 향후 경영 목표를 묻자 이와 같이 운을 뗐다. CB사로서 한국평가데이터 구성원들의 업무 효율과 대외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전사적 차원에서 AI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평가데이터는 2005년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국가 정책에 따라 정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 출자로 설립된 CB사다. 중소기업 데이터베이스(DB) 인프라 구축, 신용거래 관행 정착 목적으로 19년간 기업 DB 구축, 조회, CB업무를 수행해 왔고 1300만여 개 기업 DB를 구축했다.
2014년 민간 최초 기술신용평가(TCB) 기관으로 지정돼 기술력을 갖춘 유망 중소기업을 발굴·지원하고 있고 2012년 민영화 이후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평가업무 외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데이터플랫폼 등 신사업을 개척하고 있다. 기업CB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며 최근 도전하고 있는 개인사업자 및 개인CB 분야에서 경쟁력 확보와 맞춤형 서비스 제공에 주력하고 있다.
홍 대표는 1970년 출생으로 행시 36회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총괄서기관, 금융감독위원회 비은행감독과장, 기획재정부 신성장정책과장, 장기전략국장, 공공정책국장을 거쳐 2022년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2023년 기획재정부 12대 차관보를 역임한 인물이다. 공직에서 고시정책, 산업·기업정책, 금융정책 등 실물과 금융부문을 아우르는 정책을 두루 담당하고 유망 중소기업을 선별 육성하는 중소기업 성장사다리 대책을 주도했고, 올해 7월 한국평가데이터 대표직을 맡았다.
다음은 홍 대표와 일문일답한 내용이다.
-국가경제에서 CB사의 역할과 한국평가데이터가 CB업계에서 차별화되는 지점은 무엇인가.
"CB는 금융시장의 비대칭성 완화 등 시장 실패 방지를 위한 공공 핵심 금융 인프라다. 한국평가데이터는 신‧기보 및 국내 주요은행이 주주인 국내 최대 기업CB 회사로서 주주사와 시너지를 내면서 위와 같은 기능을 선도적으로 수행한다. 비상장사지만 정부 밸류업에 발맞춰 주주와 소통하고 정책을 지원하는 공공 인프라로서 설립된 배경에 따른 소명의식을 이어가고 있다. 비즈니스모델이 탄탄한 중소기업의 평가정보를 은행에 제공하고 이들이 담보 없이 필요한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는 신용대출 정착을 지원하는 역할이 경쟁사와 차별점이 될 것이다."
-취임 후 첫 조직개편에서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미래전략본부'를 신설했다.
"기업 CB업계 경쟁 심화 국면을 타개할 미래 경쟁력 강화 전략 수립을 위해 미래전략본부를 신설했다. 이 본부는 제가 취임 후 구성한 '경쟁력 강화 TF' 운영을 주도하면서 AI 전환, 상품 경쟁력 강화, 신규 투자, 인사제도 혁신 등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전사적 방향성을 제시한다. 내년 회사 창립 20주년에 맞춰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이터 전문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할 중장기 로드맵 수립에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AI 전환 정보화전략계획(ISP)·정보시스템마스터플랜(ISMP)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최근 빅데이터학회에서 'AI는 데이터를 먹는 기계'라고 표현한 것을 들었다. AI의 경쟁력은 보유한 데이터에 의해 좌우된다는 의미다. 1300만개 이상의 기업 DB를 보유한 한국평가데이터는 AI 활용을 잘 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갖췄다. CB업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개인을 평가하고 평가로 생성한 데이터를 서비스하는 순환적 사업구조가 특징이다. 모든 업무 영역에 데이터를 활용하는 '디지털 전환'이 일정 수준 이뤄져 있고, 그 다음 단계로 AI를 활용하는 'AI 전환'을 추구하려는 것이다. AI 전환 컨설팅의 주요 과제는 업무 곳곳의 데이터 활용 영역을 효율화하기 위한 AI 에이전트·플랫폼을 구축하는 일과 보유 데이터 가치를 한 단계 높이는 일, 두 가지를 축으로 한다. 노동 집약적으로 이뤄지는 기존 프로세스를 개선해 일부 인력을 창의적·고부가가치 업무에 전환할 여력이 있고, 상품도 고객 수요에 맞게 더 빠르게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컨설팅 외에 각 부서장이 사내 공모전이나 각 부서의 개념검증(PoC)을 병행하고 있다. 직원들이 실무에서 축적한 AI 활용 경험이 AI 전환을 성공시킬 기반이 될 것이다."
-AI 전환으로 어떤 일이 가능해지나.
"미래전략본부와 별도로 신설한 대표이사 직속 AI 전환실에서 세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첫째로 내부망의 신용평가 초안 작성 등 단순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다양한 AI 에이전트를 개발 중인데, 직원들이 창의적이고 부가가치 높은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직원 만족도, 내부 생산성이 오르기를 기대한다. 둘째로 대형언어모델(LLM)을 활용해 대고객 서비스를 개선 중이며 고객이 AI와 대화하며 필요한 정보를 더 정교하게 제공받게 할 것이다. 셋째로 산업 분석에 특화한 AI 모델을 학습시키면 기존 룰베이스 방식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고객에게 더욱 맞춤화한 상품을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개발한 신상품이 있나.
"최근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한 '성장 잠재력 지수'를 개발했다. 기업 신용 위험도뿐만 아니라 한국평가데이터가 보유한 기업의 특허, ESG, 고용, R&D, 재무, 부가세 등 다양한 정보 영역 빅데이터를 머신러닝 분석 모형에 적용해 등급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구현됐다. 기업 입장에서 이 지수를 성장 잠재력이 우수한 투자처나 신규 거래처를 발굴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정부나 공공기관도 정책적으로 지원·육성이 필요한 유망 중소기업을 선별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회사 차원에서 기존 신용평가, 기술평가 정보와 기업정보 조회, 조기경보 시스템, ESG 평가 등 다양한 상품에 AI를 활용해 과거엔 시도하지 못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경쟁력 강화 TF를 가동하며 AI 전환 외에 주력하는 분야는.
"2020년 신용정보법 개정 후 개인사업자CB업, 개인CB업에 진입했다. 현재 은행권에 개인CB 정보를 시범 제공하고 있는데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 유상 서비스로 선보일 수 있다. 대안정보를 보유한 핀테크, 이커머스 등 다양한 기관과 협업해 기존 사업자들이 활용 못한 정보를 발굴, 수집하고 금융 소외계층에 더 정확한 신용평가를 하는 방식으로 금융소비자의 금융 접근성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후발주자로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기 위한 방안으로 경쟁력 강화 TF가 데이터·핀테크 업체나 기업용 솔루션 업체 투자, 인수도 검토 중이다. 기존 사업자들의 양강 체제가 공고한 개인 CB 영역에서 우리 담당 부서가 전문성과 기술력을 보유한 전문가를 영입해 움직이고 있는데, 성장 속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실적은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올해 성과와 향후 전망은.
"대외 요인인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여파가 이어져 2023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코로나 기간 이후 최저치에 그쳤고 중소기업 자금 사정이 나빠지며 CB업계도 연쇄 타격을 입었다. 경기 악화로 투자 위축, 보수적인 신용대출 운용, 기술금융 가이드라인 강화가 맞물려 TCB 시장이 위축된 점도 작용했다. 올해는 10월 실적까지 점검한 결과 어려운 경기 상황에도 임직원 모두 노력한 덕분에 주주사와 이사회에서 약속한 매출액과 영업이익률은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년 경제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지만, 내년에도 한국평가데이터의 위상이 유지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
아주경제=임민철 기자 imc@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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