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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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미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전술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의 사거리 제한(최대 사거리 300㎞)을 푸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러시아 본토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허락한 셈이다. 이어 19일 워싱턴포스트는 복수의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 공급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두 조치 모두 그간 바이든 행정부가 확전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의 끈질긴 요청에도 들어주지 않았던 사안들이다. 이처럼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민감한 정보가 미 정부 관계자 발로 쏟아지고 있지만, 백악관과 국무·국방부는 관련 사실을 부정하지 않으며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대인지뢰의 경우, 2년 전 바이든 대통령이 “한반도 이외 지역에선 사용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공언했던 사안이다. 이처럼 본인의 소신까지 뒤집으면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몰입하는 건 트럼프 정권 출범 전에 전황에 빠른 변화를 주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래야 우크라이나가 정전 또는 종전 협정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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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남은 임기 동안 최선책”
전문가 사이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남은 기간 할 수 있는 최선”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정전 협상에 들어가더라도 당장은 결론이 잘 안 날 것”이라며 “(미국의 군사 지원으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를 최대한 확보해야 협상을 통해 그나마 빼앗긴 영토(우크라이나 동부지역)를 돌려받을 여지가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에이태큼스 미사일과 대인지뢰는 모두 쿠르스크 공방전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쿠르스크 전장에 북한군이 투입되면서 기세가 오른 러시아의 공세를 차단할 효율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 영토 공격을 허가한 사거리 최대 300㎞의 전술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의 발사 모습.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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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대인지뢰를 매설하면 러시아군의 진격을 더디게 할 순 있지만, 동시에 해당 지역의 민간인 피해를 유발하는 등 인도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이 1991년 걸프전 이후 한반도를 제외한 지역에서 극소수 사례를 제외하고 대인지뢰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다.
이와 관련, 박 교수는 “그간 바이든 행정부는 군축이나 ‘가치 외교’를 중요시해왔지만, 트럼프의 재등장으로 다급해졌다”며 “더 심한 훼손을 막기 위해 일정 부분 손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가치 외교를 표방하며 반러시아 전선의 구심점에 섰던 바이든이 퇴임 전 자신의 ‘업적’을 확고히 하는 측면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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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짓”…“탄핵 가능 범죄”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정권 교체기에 무리수를 두고 있단 지적도 적지 않다. 대통령직은 물론 상·하원까지 공화당이 석권한 상황에서 향후 정쟁의 이슈가 될 뿐만 아니라, 법적인 책임 공방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설상가상, 러시아가 ‘핵교리’를 고쳐 핵무기의 선제 사용 가능성까지 열어놓는 등 확전으로 불똥이 튈 수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취임하면) 24시간 이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전시키겠다”고 공언해왔다. 당장 트럼프 진영에선 바이든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월츠 하원의원은 18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사전에 이 같은 결정을 브리핑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황 악화로 가는 사다리를 또 한 계단 더 올라간 것”이라며 “일이 어디로 향할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는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인지뢰 제공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불활성 지뢰를 전시한 모습.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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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의 실세로 꼽히는 트럼프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도 미사일 사거리 해제와 관련해 X(옛 트위터)에 “멍청한 짓”이라며 “군산복합체는 아버지가 평화를 만들고 생명을 구할 기회를 갖기 전에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해외 주둔 미군 철수 등을 주장해온 트럼프의 강경파 측근인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 대사도 “아무도 바이든이 정권 교체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확대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며 “마치 그가 완전히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고 소셜미디어(SNS)에 썼다.
급기야 공화당 내에서 탄핵까지 거론됐다. 공화당 소속 토마스 매시 하원의원은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는) 탄핵 가능한 범죄”라며 “바이든은 모든 미국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헌적인 전쟁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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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론 트럼프에게 나쁘지 않아”
그러나 일각에선 “바이든의 결정이 트럼프에게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는 얘기도 나온다. 상대를 최대한 압박해 유리한 협상 결과를 끌어내는 트럼프의 기질상 러시아를 압박하는 바이든의 군사 조치가 나쁘지만은 않다는 해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가 이번 사안에 대해 평소와 달리 특별히 반응하지 않는 등 말을 아끼는 모습”이라며 “서로 사전에 소통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로 트럼프에게 나쁘지 않은 카드”라고 말했다.
김현욱 세종연구소장도 “바이든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결과론적으론 트럼프가 정전 또는 종전 협상을 중재하는데 좋은 구실이 될 수 있다”며 “만약 우크라이나가 트럼프 취임 전까지 총공세를 펴서 일부 영토를 회복할 기회를 만들면 종전안에 대해서도 회의적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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