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부터 마이코플라스마폐렴 유행주의보 지속
'호흡기 비말전파'로 소아·청소년 감염률 특히 높아
중증도 평가 기준 등 정부 차원 진료지침 없어 '혼란'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입원 환자 추이/그래픽=이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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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 최대 규모의 유행에 사상 첫 유행주의보가 발령돼 5개월째 이어지고 있지만 방역당국이 아직도 중증도 평가 기준 등을 담은 진료지침을 개발하지 않아 국민들의 혼란과 불안을 키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본격적인 추위에 호흡기 감염병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방역당국이 또 다시 '뒷북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6월 24일 사상 처음으로 발령된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유행주의보가 현재 지속되고 있다. 표본감시 참여기관의 입원 환자 수가 2주 연속 250명 이상인 경우 유행주의보가 발령되는데 이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11월 첫째 주(3~9일, 45주차) 세균성 감염병 입원 환자의 98.7%인 968명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으로 입원했다. 전주보다 158명 늘었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4배 이상 많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입원 환자 5명 중 1명(19.9%)은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 원인이었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왼쪽)과 강은식 부회장이 16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린 '소아감염질환 입원환자 실태 조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세균에 의한 감염병이다. 감염된 사람이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발생하는 호흡기 비말을 통해 전파된다. 어린이집이나 학교 등에서 집단 생활하는 소아·청소년이 가장 잘 걸린다. 질병청에 따르면 올해 전체 입원환자 2만3625명의 71%인 1만6770명이 12세 미만이다. 주요 증상은 기침, 발열, 인후통, 두통, 피로감 등 감기와 비슷하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균./사진=제주감염병관리지원단 |
문제는 중증으로 진행할 경우다. 드물지만 호흡 곤란이나 뇌염, 심근염, 빈혈 등으로 악화하는데 사전에 예측할 수가 없다. 2022년 태국의 공주도 마이코플라스마에 감염돼 부정맥 등으로 의식불명에 빠졌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의 진단·치료는 일반 감기와 차이가 있다. 폐렴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세균·바이러스를 찾는 종합 PCR 검사는 15만원 정도를 내야 한다. 바이러스와 달리 세균이 원인인 만큼 항생제 치료도 필요하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어린이 환자와 보호자가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항생제 사용이 필수지만 이에 관한 정보 역시 잘 알려지지 않았다. 2017년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환자의 항생제(마크롤라이드) 내성률은 2011년 51%에서 2015년 87%로 껑충 뛰었다. 약을 써도 세균이 죽지 않는 것이다. 항생제 내성이 있으면 다른 2차 항생제를 쓰거나 염증을 억제하는 스테로이드로 증상을 관리해야 한다. 종전에는 2차 항생제(레포플록사신, 독시사이클린 등)가 너무 독해 아이에게 사용을 못 했지만, 환자가 급증하자 정부가 전문가 자문을 거쳐 지난 1월 추가 처방 가능하다는 치료 지침을 내리며 숨통이 트였다.
다만, 항생제 내성은 이미 앞선 대유행 때도 제기됐던 문제란 점에서 '뒷북 조치'라는 비판이 인다. 2011년, 2015년, 2019년, 2023년까지 이미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 여러 번 유행했고 그때마다 높은 항생제 내성률은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종전에는 2차 항생제 없이도 큰 문제가 없었는데 올해는 항생제 사용을 허가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료진조차 확실히 알지 못한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대유행 상황에도 '현재' 항생제 내성률이나 지역별 분포 등을 정부 차원에서 조사하지 않았다"며 "기초 데이터가 부실한 상황인데 치료 지침을 만든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대유행 직후인 2016년 항생제 내성 환자에 스테로이드 사용을 권고하는 등의 진료지침을 발표하며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의 혼란을 예방했다. 마상혁 과장은 "일본의 지침을 토대로 초기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데 경험적으로 내성 유무와 관계없이 증상 관리에 효과적"이라며 "백일해, 독감 등 감염병 관리 체계의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중증도 평가 기준 등을 담은 마이코플라즈마폐렴균 종합 진료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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