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법 위반 체포 4년만에 증언대 선 라이
의류브랜드 지오다노 만든 재벌
톈안먼사태 후 ‘핑궈일보’ 창간
민주화운동 지원해 中에 ‘미운털’
“사람들이 (신문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얻어 자유를 누리길 바랐다.”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020년 8월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는 반중 매체 핑궈일보의 창업주인 지미 라이(사진)가 20일 처음으로 증언대에 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이날 라이는 핑궈일보 창간 이유에 대해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경험하며 신문사를 세우기로 결심했다”며 “법치, 자유, 민주주의 추구, 언론·종교·집회의 자유가 신문의 핵심 가치”라고 밝혔다.
다만 홍콩 독립을 주장하며 외세와 결탁했다는 검찰 주장에는 적극 반박했다. 그는 “(대만과 홍콩 독립은) 음모이며, 그런 생각을 갖는 건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또 차이잉원(蔡英文) 전 대만 총통에게 미국 인사를 소개하고, 2019년 마이크 펜스 당시 미 부통령 등과 만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홍콩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 주길 요청했을 뿐”이라고 했다.
라이가 1995년 창간한 타블로이드 신문인 핑궈일보는 2014년 우산혁명과 2019년 범죄인 송환법 반대 시위 등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며 중국 정부에 가감 없는 비판을 해왔다. 홍콩 검찰은 라이가 시위를 조장·선동하고 외국 세력과 공모했다는 혐의로 2020년 그를 기소했다. 그가 체포된 이듬해인 2021년 경찰의 대규모 압수수색을 당한 핑궈일보는 그해 6월 폐간됐다.
유명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를 세운 재벌이자 홍콩 민주화의 상징인 그의 재판에 서방은 큰 관심을 쏟고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18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라이의 옥중 건강 악화를 우려한다”고 밝혀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10월 한 팟캐스트 방송 인터뷰에서 “당선되면 라이의 석방을 위해 시 주석과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법원은 라이 재판 하루 전인 19일 전직 야당 의원과 민주화 활동가 등 45명에게 국가 정권 전복 혐의로 징역 4∼10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2020년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를 앞두고 비공식 예비선거(경선)를 진행해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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