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우드워드, 트럼프 人事 맹비난
“비판여론 무시하고 위헌적 인사
미국인들에 가운뎃손가락 날려… 두려움 주는 ‘궁극의 권력’ 원해”
게이츠, 성매수 의혹 커지는데도… 트럼프 “법무장관 지명 철회 안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제왕적 대통령직(imperial presidency)’을 만들어 내려고 한다. 이번 인사는 트럼프가 미국인들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욕설)’을 날리는 것과 같다.”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했던 밥 우드워드 미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사진)이 최근 트럼프 당선인의 무리한 인선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18차례 이상 단독 인터뷰를 가졌던 경험이 있는 우드워드는 당선인의 첫 재임 시절을 다룬 책 ‘공포(Fear·2018년)’와 ‘분노(Rage·2020년)’, ‘위험(Peril·2021년)’을 출간해 큰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워싱턴 정가의 우려에도 아랑곳 않고 자신의 인사를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그는 19일 미성년자 성 매수 의혹이 커지고 있는 맷 게이츠 법무장관 지명자에 대해서도 “지명을 재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 우드워드 “거의 위헌적인 인사”
우드워드는 18일 MSNBC 인터뷰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 등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 지명에 대해 “트럼프가 원하는 건 자신이 완벽하게 통제하는 혁명”이라며 “그는 권력을 나누길 원치 않는다”고 했다.
우드워드는 헤그세스에 대해 “50년 동안 취재하며 16명의 국방장관을 봐왔다. 그들은 (군을) 관리하는 법과 권력의 지렛대가 어디 있는지 알아야 한다”며 “헤그세스에겐 그런 면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1기 초대 국방장관이자 ‘어른의 축’으로 불렸던 제임스 매티스를 언급하며 “(트럼프 지시에 따라) 북한에 핵무기를 쏠 일이 생길까 봐 무척 염려하며 운동복을 입은 채 잠을 잤고, 기도하기 위해 성당을 자주 찾았다”며 “국방장관직의 무게를 아는 사람이었다”고 평했다.
헤그세스는 예비역 소령 출신으로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당시 ‘위험인물’로 분류돼 경호 인력에서 제외된 뒤 제대했다. 그의 팔뚝엔 극우·극단주의를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진 문신이 여러 개 새겨져 있다. 개버드 역시 정보 분야 경험이 없는 데다 과거 친러시아 발언을 일삼았다.
우드워드는 이런 인사에 대해 “거의 위헌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자신의 책 ‘공포’의 한 구절을 인용해 “트럼프가 생각하는 궁극의 권력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며 “트럼프는 그걸 잘 알고 있고, 오래전부터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 트럼프 “인사 재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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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의 스페이스X 로켓 발사 현장 찾은 트럼프 19일 미국 텍사스주 보카치카 해변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우주탐사선 ‘스타십’이 하늘로 솟아 오르고 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아래 사진 오른쪽)은 머스크 CEO와 함께 발사 현장을 참관했다. 보카치카=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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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은 워싱턴 정가의 우려와 비판에도 인사를 강행할 방침이다. 그는 19일 텍사스주 ‘스타베이스’에서 일론 머스크와 함께 그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스타십 6차 시험비행 발사를 참관했다. 현장에서 취재진이 ‘게이츠 법무장관 후보자 지명을 재고하느냐’고 묻자 “아니다”라고 답했다. 게이츠는 미성년자 성 매수 의혹으로 하원 윤리위원회 조사까지 받으며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불거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유난한 ‘TV쇼 진행자 사랑’도 화제다. 그는 이날 미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서비스센터(CMS) 수장에 유명 건강프로그램 ‘닥터 오즈 쇼’ 진행자인 메흐메트 오즈 박사를 지명했다. 심장 전문의인 오즈는 2005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심장 수술을 집도했다. 2009년부터 ‘닥터 오즈 쇼’를 13년간 진행하며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쇼 닥터’가 됐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체중 감량 보충제를 ‘기적의 약’으로 광고해 수십만 병을 판매하는 등 논란을 빚기도 했다.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폭스비즈니스 TV쇼 ‘더 보텀 라인’ 진행자였던 숀 더피 교통장관 지명자에 이은 세 번째 방송인 지명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가 거론되면 그가 출연한 TV 프로그램부터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스스로도 NBC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에 진행자로 2004년부터 11년간 출연해 지명도를 쌓았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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