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
17년 가까이 거의 매일 아침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을 걸어서 출근하고 있다. 계절의 변화와 해가 바뀜에 따라 공원의 풍경도 꽤 많이 변하였다. 더불어 매일 아침 공원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모습도 많이 변하였고, 대부분의 사람은 운동 하여 건강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최근에는 유난히 달리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 단독으로 뛰는 사람에서 단체로 뛰는 사람까지 다양한데, 단체로 뛰는 사람들은 만날 때는 좁은 산책로에서 달리는 사람들과 부딪힐 위험도 있어서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나는 실제로 세 번쯤 부딪힌 경험도 있었다. 어떤 사람은 뛰는 것인지 걷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속도와 자세로 뛰기도 하는데 달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거나 달림으로써 자기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한다.
요즘 사람들이 왜 달리나요? 물어보면 딱히 그 계기나 이유를 잘 알기는 어렵지만 코로나로 단체운동의 제한이 있었던 당시에 혼자 달리는 운동이 시작되지 않았나 추측된다. 20~30대 젊은 여성에서 달리기 열풍이 불었고 그 파생 효과로 같은 나이대의 남자들도 뛰기 시작하고 요즘은 부모 세대까지 확산하였다. 산이 많은 환경과 인구가 밀집되어 살고 있는 우리나라는 달리기 여건이 좋지 않았는데 한강이나 하천 변 산책로가 잘 만들어 짐으로써 달리기 운동을 하기 좋은 환경으로 변화하였다. 도심에서 달리기를 하려면 평지가 많아야 하고 신호등이 없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올림픽공원이나 주변 성내천 산책로는 달리기에 좋은 곳 중의 하나이다.
달리기와 걷는 것의 차이는 두발이 동시에 땅에서 떨어지면 달리기이고 한발이 항상 지면에 닿아 있으면 걷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사람의 달리기는 빨리 걷는 것보다 느릴 수도 있다. 두발이 동시에 지면에서 떨어지면 아무래도 관절에는 충격이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면과의 충격을 줄일 수 있는 기능성 운동화을 착용하기를 권장한다. 그 외 복장은 간편한 것이 좋은데 요즘 달리기 패션도 있어서 주로 몸에 딱 붙는 옷을 입고 달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갑자기 발을 헛디디거나 리듬이 꼬여 넘어질 경우 손바닥의 상처를 예방하기 위해서 그리고 겨울철 체온 유지를 위해서 장갑을 끼는 것이 중요하다. 낮에는 자외선 차단제를 꼭 바르고 백내장 방지를 위해서 고글을 착용하는 것도 권장한다.
달리기는 에너지 소모량이 많아서 체중조절에 좋은 운동이고 심장병 예방에 좋다지만 많이 하는 만큼 더 좋아지지는 않는다. 또한 운동하면서 명심해야 할 점들도 있다. 달리기는 금세 숨이 차고 힘든데 매일 꾸준히 달리다 보면 점점 달릴 수 있는 거리도 늘어나고 더 빨리 뛸 수 있게 되어 스스로 성취감도 있기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달리게 되는 경향성이 있다.
하지만 달리기를 많이 한다고 해서 그 만큼 몸이 더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일주일 단위로 계산하여 누적 거리를 정하고 그 이상은 달리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달리기는 관절 손상을 유발할 수 있어서 나이가 많거나 과체중인 경우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만약 좀 더 운동하고 싶다면 달리기는 현 상태로 유지하고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다른 운동 하기를 권하고 싶다. 시간이나 여러 면에서 여유가 있다면 수영하는 것도 좋고 여건이 안 된다면 체조나 스트레칭 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겠다.
운동선수들은 운동이 직업이다 보니 평생 운동을 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평생 운동을 한 운동선수들의 건강 상태를 장기간 추적해 보면 보통 사람들보다 더 건강하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관절, 근육 손상으로 거동이 불편한 경우도 더 많고 평균수명이 더 길지도 않다. 세상의 모든 일은 과하면 모자라니만 못하다는 중용의 말처럼 운동 역시 너무 과하게 하거나 몸의 상황에 맞지 않은 운동이 오히려 건강을 망칠 수도 있다는 평범한 진리 명심하기를 바란다.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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