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11월 19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소관 내년 예산에 대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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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수석 ‘기자 무례’ 발언 군사정권 시절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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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심기 경호 열중하면 민심 전달은 잘 될까
대통령실의 시대착오적 언론관이 충격적이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부산일보 기자는 “국민들이 과연 대통령께서 무엇에 대해서 우리에게 사과했는지 어리둥절할 것 같다. 여기에 대해 보충설명을 해 달라”고 질문했다. 그런데 그제 국회 운영위에 나온 홍철호 정무수석은 이 기자의 질문에 대해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사과했는데 마치 어린아이에게 부모가 하듯이 ‘뭘 잘못했는데’ 이런 태도는 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수석은 닭 가공업체를 창업해 민간의 현장에서 자수성가를 이룬 정치인이다. 더구나 재선 의원 출신인데 언론과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지 황당하기만 하다. 도대체 이 기자 질문의 어떤 대목이 무례하다는 것인가. 기자는 대통령이 발언하면 그냥 받아적기만 해야지, 납득이 안 되는 내용에 대해 다시 물으면 안 된다는 뜻인가. 대통령이 기분 나쁘시기 때문이란 얘기인가. 7일 회견은 대통령실이 시간이나 분야·개수 제한 없이 ‘끝장토론’을 한다고 밝혔던 이벤트다. 하지 말라는 질문을 기자가 억지로 던진 것도 아니고, 추가 질문을 받겠다고 해서 한 것뿐이다. 그걸 보고 무례했다니, 지금이 군사정권 시절인지 헷갈릴 정도다. 오히려 언론계에선 이 질문이 회견의 가려운 곳을 가장 잘 긁어줬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대통령도 기자회견장에서만큼은 언론의 취재원일 뿐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기자가 대통령에게 질문하면 안 되는 어떤 성역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존재해서도 안 된다. 국민을 대신해 묻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례로 따지자면 미국 백악관 출입기자들이야말로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이들이다. 1998년 김대중(DJ)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의 공동 기자회견 때 미국 기자가 클린턴에게 “르윈스키의 드레스에 묻은 액체는 대통령 것입니까”라고 물어 옆에 있던 DJ가 민망해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홍 수석의 발언이 대통령실 전체의 인식을 반영한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일 국감에서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이러니까 (대통령) 지지율이 이 모양”이라고 비판하자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개혁신당 지지율이나 생각하라”고 맞받아쳐 소동이 일었다. 그 자리에서 정 실장은 “유럽도 지지율 20% 넘기는 정상이 많지 않다”고도 했다. 명태균씨 사건에 관한 한 지금 대통령실은 큰소리를 칠 구석이 전혀 없다. 국민에게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머리를 숙이고 국정 쇄신을 다짐해도 시원찮을 형국이다. 그러나 요즘 용산 참모들의 발언을 보면 과연 무엇이 잘못인지는 알고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대통령 심기 경호는 엄청나게 신경쓰는 것 같은데, 과연 대통령에게 진짜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 것인지 다시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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