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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질주하는 K제약, 트럼프 시대 더 속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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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잇단 대형 계약으로 年 수주액 5조 넘어

조선일보

삼성바이오로직스 연구원이 인천 송도에 있는 생산 시설에서 바이오 의약품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립 후 처음으로 연 수주액 5조원을 넘겼다고 20일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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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제약 기업들과 대형 계약을 연달아 체결하면서 2011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연간 수주액 5조원을 넘어섰다. 20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유럽 소재 제약사와 총 6억6839만달러(약 9304억원) 규모의 위탁 생산(CMO)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앞서 지난 7월 미국 제약사와 1조4600억원 계약을 수주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0월에는 아시아 제약사와 1조7000억원의 역대 최대 규모 계약을 따냈다. 이번에도 1조원에 가까운 대규모 계약을 수주해 올해 누적 수주액이 5조2922억원으로 불었다. 이는 지난해 총 수주액 3조5009억원보다 5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역대 최대 실적을 낸 이 회사를 비롯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트럼프 2기’를 앞두고 바이오 의약품 위탁 개발 생산(CDMO)과, 바이오 복제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 달 후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 견제를 강화하고 약가(藥價) 인하에 나설 때 예상되는 반사이익을 누리기 위해서다.

조선일보

그래픽=박상훈


◇바이오 보안법 등 트럼프 효과 기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3분기까지 3조2909억원 매출을 올렸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6% 늘어난 규모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최초로 연 매출 4조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핵심 경쟁력은 생산능력이다. 현재 1~4공장에서 60만4000L의 생산능력을 갖췄는데, 내년 4월에는 5공장이 완공돼 78만4000L로 생산 규모가 늘어난다. 세계 1위인 론자(78만L)와 비슷한 수준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글로벌 상위 제약사 20곳 중 17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며 “올해만 11건의 수주 계약을 체결해 역대 최대 수주 성과를 냈다”고 했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미국 의회가 발의한 ‘바이오 보안법’은 미국 기관·기업과 중국 바이오 기업의 거래를 제한하는 법안인데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입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법이 시행되면 CDMO 세계시장 점유율 2위인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는 늦어도 2032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퇴출된다. 이 빈자리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차지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지난 6월 “(바이오 보안법 제정 논의가 시작된 이후) 우리에게 오는 수주 관련 문의가 2배는 늘어난 것 같다”고 밝혔다.

국내 다른 제약사들도 CDMO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웅바이오는 지난 9월 바이오 공장을 완공하며 CDMO 진출을 예고했고, 유한양행·한미약품·보령 등도 CDMO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휴온스도 최근 바이오 의약품 전문 기업 팬젠을 인수하며 CDMO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고, SK바이오사이언스도 독일의 백신 위탁 생산 기업 지분을 인수하며 백신 CDMO 사업에 진출했다.

◇바이오 복제약 노리는 제약사

바이오 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를 주력으로 하는 국내 제약 회사들은 트럼프 2기의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1기 때 의료비 절감을 위해 비싼 오리지널 약 대신 저렴한 바이오 시밀러 시장을 활성화했었는데, 이 기조를 2기 때 이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내년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의료비 절감을 위해 ‘약가 인하’에 나설 것으로 기대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바이오 시밀러 분야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미 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한 바이오 시밀러 61종 중 14종이 한국에서 개발한 것이다. 미국에 이어 둘째로 많은 FDA 허가 바이오 시밀러를 낸 것이다. FDA 허가 바이오 시밀러는 셀트리온이 5종, 삼성바이오에피스가 8종이다. 동아에스티도 지난달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의 바이오 시밀러 ‘이뮬도사’의 FDA 허가를 받고 글로벌 출시를 준비 중이다.

셀트리온은 “바이오 시밀러 사용을 독려하는 방향으로 산업 환경이 변화할 것으로 분석된다”며 “트럼프 2기 때 판매량 확대를 이끌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셀트리온은 연내 자회사 형태로 공장을 확보해 CDMO 사업에도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2기를 맞아 CDMO와 바이오 시밀러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 업체에도 큰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바이오 보안법의 경우 시행까지 기간이 많이 남았고 국내 업체들은 미국 내 생산 시설이 없는 경우가 많아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CDMO(위탁 개발 생산)

CDMO는 고객사의 주문을 받아 바이오 의약품을 대신 개발하고 생산까지 하는 것을 뜻한다. 반도체의 파운드리(위탁 생산)와 비슷한 개념이다.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생산 인프라 구축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고 연구·개발(R&D) 효율을 높이기 위해 CDMO 기업과 계약을 맺는다. CDMO 기업은 ‘의약품 위탁 개발(CDO)’과 ‘의약품 위탁 생산(CMO)’을 구분해 별도로 수주하는 경우도 있다.

[박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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