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IMF 협의단은 지난 2주간 한국에서 진행한 연례협의 결과를 발표하며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의 2.2%에서 2.0%로 내렸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당초 2.5%에서 2.2%로 수정했다.
라훌 아난드 IMF 한국미션단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수렴하고 아웃풋 갭(실질 국내총생산과 잠재 국내총생산의 차이)이 축소됨에 따라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0% 증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며, 위험은 하방 리스크가 더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IMF는 한국 경제의 주된 하방 요인을 점점 더 복잡해지는 대외 여건에서 찾고 있다. 주요 교역국의 경제성장 둔화, 미국·중국의 갈등과 같은 지정학적 긴장, 중동 지역 전쟁 등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대표적이다. 아난드 단장은 ‘트럼프 리스크’에 관한 물음에 “당연히 미국 선거의 결과가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어떤 잠재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새 행정부가 자리를 잡고 나서 확실하게 정책이 발표됐을 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세계 정세 변화에 대해 IMF는 “한국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에 대응해 나가는 데 있어 핵심”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책적 우선순위에는 공급망 다변화, 서비스 수출 촉진 등이 포함된다”고 제안했다.
IMF뿐만 아니라 최근 국내외 주요 기관은 올해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올해 경제 상황은 3분기 실질 GDP가 0.1% 증가(직전 분기 대비·속보치)하는데 그치는 등 어려움에 빠져 있고, 내수 부진은 내년까지 장기화할 것이란 예상에서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직전 전망 대비 0.3%포인트 낮춰 2.2%로, 내년은 0.1%포인트 내려 2.0%로 제시했다. 오는 28일 수정한 경제전망을 내놓을 한국은행도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크다.
IMF는 계속되는 내수 부진의 원인으로 가계와 기업의 부채 부담을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불어난 기업의 부채와 관련해서 아난드 단장은 “생산성이 더 높은 부문으로 자본이 더 재분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부채를 관리해 부채가 감소하게 되면 내수에 힘을 실어주며 회복세에 좋은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IMF는 한국이 점진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선 “무질서한 시장 상황을 방지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MF는 한국의 급속한 고령화에 대비해 잠재성장률 자체를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아난드 단장은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대외 문제보다 더 관심을 둬야 하는 도전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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