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는 지난 19일 미국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러시아 본토로 에이태큼스 미사일을 쐈다. 최대 사거리 300㎞로 러시아 주요 군기지를 사정권에 둔다. 바이든은 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이 무기 사용 허가를 미뤄왔다.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추는 핵사용 교리 변경으로 대응했다. 이 와중에 나온 바이든의 대인지뢰 제공 결정은 충격적이다. 대인지뢰는 대인지뢰금지조약에 따라 금지돼 있다. 미국은 이 조약 서명을 거부하고 있지만, 대인지뢰의 비인도적 특성을 잘 알고 있다. 지구상 유일하게 대인지뢰가 설치된 곳이 한반도인데, 또 하나의 지뢰밭이 생긴다니 개탄스럽다.
미국 조치는 전황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인 반면, 그 위험성은 크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미사일 사용 허가가 너무 늦게 나왔고, 러시아가 상당 부분 대비했을 걸로 본다. 북한군의 추가 파병 억제효과,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휴전협상 기반 마련 등이 명분으로 제시되지만, 전쟁은 격화될 수밖에 없다.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이 권력 교체기라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은 이 조치를 미리 통보받지 못했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국에는 이 사실을 통보해주면서 트럼프 쪽에는 알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바이든이 무엇을 의도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미국이 국내 정치로 해결하지 못한 정책을 위험을 무릅쓰고 국제 관계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은 20일 국회 정보위에서 바이든의 조치에 대해 ‘외교안보적 측면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정무적 판단이 개입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정원이 지난달 18일 북한군 러시아 파병 정보를 앞장서 공개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그 배경에는 트럼프가 ‘조기에 끝내겠다’고 한 이 전쟁의 불확실성이 있을 것이다. 한국은 이 아수라장에서 거리를 두고 냉정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북·러 협력을 경계심을 갖고 주시해야겠지만, 섣불리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000일째 되는 날인 지난 19일 수도 키이우의 ‘조국의 어머니’ 기념탑 앞에서 촛불을 밝히고 추모식을 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짧게 살고 천천히 죽는 ‘옷의 생애’를 게임으로!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