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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길고양이 구해달랬더니 현장서 죽인 용역업체 직원들 경찰에 고발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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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에 치인 길고양이를 구조해달라는 요청을 받고도 현장에서 길고양이를 죽인 구청 용역업체 직원들이 경찰에 고발됐다.

아시아경제

길고양이. 연합뉴스


20일 연합뉴스는 인천시 서구가 이날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모 청소업체 소속 A씨 등 2명에 대한 수사를 인천 서부경찰서에 의뢰했다고 보도했다. A씨 등은 지난 9일 오후 3시께 서구 석남동 도로에서 작업 도구를 이용해 길고양이를 죽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당시 서구로부터 "차에 치인 고양이를 구조해달라"는 신고를 전달받고 현장에 출동했으나 길고양이를 구조해 병원에 인계하지 않았다.

KBS가 공개한 현장 영상에 따르면 이들은 작업 도구인 삽을 이용해 아직 살아있던 고양이를 죽였다. 영상에는 고양이가 발버둥 치는 장면, 이를 보기 힘든 듯 고개를 돌리는 직원들의 모습 등이 담겼다. 이들은 "고양이가 심하게 다친 상태로 너무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며 "병원에 가기도 전에 죽을 상황이라 죽였다"는 취지의 해명을 했다.

이들은 서구가 용역을 맡긴 청소업체 직원들로, 공무원들이 근무하지 않는 시간대에 현장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당직 기동 처리반'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교통 방해를 유발하는 도로 낙하물이나 폐기물, 야생동물 사체 등을 처리하는 업무를 했는데, 서구 측은 동물 구조도 과업에 포함한 것으로 확인했다.

동물보호법은 구조가 필요한 다친 동물에 대해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지 않고, 인도적이고 신속한 처리를 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구조된 동물은 병원으로 이송해 전문가의 판단을 받는 것이 원칙이며, 불가피하게 현장에서 처치를 해야 할 경우에도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식이 요구된다. 또 길거리와 같은 공개된 장소에서 동물을 죽이는 행위는 금지하고 있다.

동물보호 전문가들은 용역업체의 조치가 동물보호법상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지 말아야 할 의무를 명백히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보면 기본적인 동물 보호 매뉴얼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며 "용역업체는 물론 관리·감독자인 서구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동물 구조 업무를 청소업체에 전가한 서구의 민원 대응체계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건 이후 서구 온라인 민원 창구에는 용역업체 직원 엄벌과 함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민원 40건이 잇따라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서구 관계자는 "용역업체의 민원 처리 과정에서 잘못된 행위가 있었다"며 "취약 시간대 민원 대응에 있어 미흡한 점을 보완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용역업체를 대상으로 동물 구조·보호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민원 대응 체계를 정비해 재발 방지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 등의 인적 사항을 파악해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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