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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트럼프 취임 전 두달 내 승부?…바이든, 우크라 지원 '금기' 잇단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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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내년 1월20일)을 앞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총공세에 돌입하면서 긴장이 확산되고 있다. 양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평화협상을 압박할 것에 대비해 남은 두 달간 최대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퇴임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확대하고, 러시아가 '맞불 작전'으로 대응하면서 확전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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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24기계화여단의 한 군인이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 차시브 야르 마을 인근에서 러시아군을 향해 자주포를 발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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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인지뢰 공급 승인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 공급을 승인했다"고 미국 당국자 두 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당국자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서 이뤄진 러시아의 공격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으며 지뢰 제공이 러시아의 공격 속도를 늦추는 데 가장 도움이 될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대인지뢰 공급 승인은 바이든이 스스로 설정한 원칙을 무너뜨린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의 사용 제한 해체에 이어 지금껏 군사 지원의 '금기'처럼 여겼던 제한을 해제한 것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2년 6월 한반도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대인지뢰 사용을 전면 금지한 바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4년 시행된 미국의 '한반도 외 대인지뢰 사용 금지' 정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첫 임기인 2020년 1월 폐지했었으나 이후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 뒤 부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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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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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부터 최전선에 엄청난 양의 지뢰를 매설했고, 이 지뢰는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방해하는 역할을 했다. 우크라이나도 미국에 대인지뢰 제공을 요청해왔지만, 바이든은 행정부 내부 및 지뢰 반대론자들의 의견을 앞세워 지원하지 않았다. 에이태큼스 사용 제한처럼 러시아와의 직접 충돌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의 오랜 간청에도 응하지 않았으나 갑작스럽게 선회했다.

이에 대해 WP는 최근 북한군이 쿠르스크 전투에 투입되는 등 전황이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가 지난 8월 공세로 점령한 쿠르스크 영토를 전부 탈환하기 위해 북한군을 포함한 병력 5만 명을 쿠르스크에 배치하고 대규모 공세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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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의 지뢰 제거 대대 병사들의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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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獨, 타우러스 지원해달라"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럽의회에서 연설하며 "러시아에 파병되는 북한군은 10만 명까지 증가할 수 있다"며 서방의 지속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이날 BBC 역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최대 10만 명의 병력을 러시아에 배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젤렌스키는 독일의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사거리 500㎞인 타우러스는 메피스토 지능형 탄두 시스템을 갖춰 서방에서도 최강 수준으로 꼽힌다. 강화 콘크리트를 8m 이상 뚫고 들어간 뒤 최적 지점에서 폭발해 살상 확률이 매우 높다. 우크라이나가 오랜 기간 타우러스 지원을 요청했지만 독일은 제공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 17일 미국이 에이태큼스 사용 제한을 해제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유럽연합(EU)은 "미국의 뜻에 동참해야 한다"며 독일을 압박하고 있다. 또 다른 공대지 미사일인 스톰섀도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영국과 프랑스도 미국에 이어 무기 사용 제한을 해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고위력 무기들의 사용으로 트럼프 취임 전까지 두 달간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층 격렬한 양상을 띌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핵교리 개정으로 우크라이나를 핵공격 대상에 포함시킨 러시아는 프랑스를 참전국이라고 규정하면서 위협 수위를 높였다.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지인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국 기지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훈련시키는 프랑스의 행위는 분쟁에 직접 연루돼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이 핵교리 개정을 승인한 직후 드미트리 메디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의장은 "푸틴 대통령의 새로운 핵 교리에 따라, (서방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일은) 핵 대응을 보장하는 위협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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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군이 서해상에서 실시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타우러스(TAURUS)' 훈련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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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 미 대사관은 직원 대피령



다만 러시아의 위협에 대해 미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반복적인 수사학"이라며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9일 "놀랍지도 않다"며 "무책임한 핵 수사"라고 평했다. 수십년간 핵 위험을 추적해온 매튜 번 하버드대 교수도 "러시아의 핵 사용 확률은 단기적으로는 전혀 증가하지 않았고, 다만 장기적인 핵전쟁 위협은 아마도 약간 증가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MIT 교수이자 핵 전문가인 비핀 나랑은 "핵 사용을 억제하는 건 러시아의 핵 교리가 아니라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 태세"라면서 미국·나토와 러시아 간 억제 균형은 전혀 달라진 게 없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가 에이태큼스로 본토를 공격한 데 대해 러시아가 곧 보복 공격을 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는 미국 대사관은 대사관을 폐쇄하고 직원들에게 대피하라고 공지했다. 대사관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20일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 가능성이 있다는 구체적인 정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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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양자 회담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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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내년 1월 취임을 앞둔 트럼프 측은 바이든 행정부의 연이은 우크라이나 지원 조치에 대해 비판하며 전쟁 종식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월츠 하원의원은 바이든의 에이태큼스 사용 제한 해제를 "상황 악화로 가는 사다리를 또 한 계단 오른 것"이라며 "일이 어디로 향할지 누구도 모른다"고 비난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당선인)은 어떻게 전쟁을 끝낼지, 합의의 틀을 어떻게 만들지, 누가 협상 테이블에 앉을지 등 '전략'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면서 종전 협상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미국·러시아간 긴장이 고조된 현재, 양국간 긴급 연락을 위한 핫라인은 작동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러 정상간 소통이 '특수군사작전' 직전인 2022년 2월 12일 마지막으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양국 대통령 대변인간 접촉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 때가 끝이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백악관 대변인으로 지명된 캐롤라인 레빗과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도 말했다. 양국간 핫라인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계기로 옛 소련과 미국 지도자의 긴급 연락을 위해 개설돼 1963년 8월 30일부터 운용됐다. 소련 붕괴 이후엔 '특별 보호 소통 채널'로 연락을 취해왔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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