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0 (수)

미 의회 ‘여자 화장실’ 논쟁…“트랜스젠더 당선자는 사용 금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세라 맥브라이드 델라웨어주 하원의원 당선자(가운데)가 19일(현지시각)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민주당 회의에 참석했다가 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하원의원 선거에선 기념비적 결과가 도출됐다. 성소수자 인권운동가로 일하며 민주당 관련 정책에 영향을 끼친 세라 맥브라이드(34·델라웨어)가 연방의회 사상 첫 트랜스젠더 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민주주의가 모두를 품을 정도로 크다는 강력한 메시지”라는 맥브라이드의 당선 소감에 찬물을 끼얹듯, 의회에선 엉뚱한 논란이 시작될 조짐이다. 공화당이 트랜스 여성인 맥브라이드가 여자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발의하겠다고 나서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일 “공화당이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을 의사당 건물로 가져왔다”고 짚었다.



시작은 낸시 메이스 공화당 하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이다. 그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의사당 내 여자 화장실과 탈의실을 트랜스 여성이 쓸 수 없도록 하는 결의안을 제안하겠다고 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도 “생물학적 남성은 여성 전용 공간에 속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밝혔다. 마저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조지아)도 “남성이 여성 전용 화장실에 난입하는 것은 공격”이라며 “남성이 들어가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신병”이라고 막말을 퍼붓고 거들었다.



그린은 또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우리 화장실을 사용하는 생물학적 남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존슨은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맥브라이드가 남자라고 생각하는지 여자라고 생각하는지 말해달라’는 질문을 받고는 “이에 대한 어리석은 토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즉답을 피하며 “의원들의 중론을 모으기 위해 신중한 방식으로 다룰 것이며, 모든 개개인의 필요를 수용할 것”이라고 했다. 존슨은 이후 다시 기자들을 불러모은 뒤에는 “남자는 남자고 여자는 여자다. 남자가 여자가 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우리가 모든 사람을 존중하면서 다뤄야 한다는 점도 믿는다. 우리는 이런 것 모두를 동시에 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존슨이 새로운 결의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할지는 명확지 않으나 공화당 내부에서 이런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어 내년 1월 개원 때까지 논란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의 이런 움직임은 정치적 의도가 적지 않아 보인다. 공화당은 출생 당시 지정된 성에 따라서만 화장실과 탈의실 등 성별 구분 시설을 이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주 차원과 연방 차원에서 거듭 발의해왔으며, 이는 대선 기간에도 논쟁거리였다. 맥브라이드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메이스의 주장과 관련해 “미국인들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실질적 해결책이 없다는 사실로부터 주의를 돌리려는 극우 극단주의자들의 노골적인 시도”라며 “문화 전쟁을 일으킬 것이 아니라 주택, 의료, 보육 비용을 낮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로버트 가르시아 민주당 의원(캘리포니아)도 메이스의 제안이 “역겹다”며 “(맥브라이드가) 필요한 화장실을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성소수자를 위한 비영리단체 ‘휴먼라이츠캠페인’ 누리집 등을 보면, 현재 미국 내 14개 주에서 트랜스젠더가 성 정체성에 부합하는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효된 상태다. 주간지 타임은 “메이스 의원의 ‘선전’은 이른바 ‘화장실 법안’(bathroom bill)을 관철하려는 (보수 진영) 노력을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핫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