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포도'가 우유주사를?…'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사 등 무더기 기소

핵심요약

검찰, 14억6천만원 상당 '프로포풀 불법 판매·투약'한 의원 등 적발
7개월에 걸쳐 417회 프로포폴 불법 판매·투약…하루 10시간 투약도
제2의 프로포폴 '에토미데이트' 판매 혐의와 식약처 허위 보고 혐의도
"'딸기·포도' 가명만으로도 불법 투약…의료기관, 사실상 마약 장사"

범행개요도. 서울중앙지검 제공

검찰이 프로포폴 등을 불법으로 판매, 투약한 의원을 적발해 의사 등 관계자들과 상습 투약자들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해당 의원에서는 '딸기', '포도'와 같은 가명만으로도 쉽게 프로포폴 등 투약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팀장 김보성 강력범죄수사부장)은 최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A의원 前의사 서모(64)씨 등 의원 관계자 6명과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중독자 1명 등 7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20일 밝혔다.

아울러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중독자 24명을 불구속기소하고, 자금을 조달하고 의원과 의사 등을 섭외한 총책 윤모(47)씨를 기소중지했다. 이번 수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공조한 결과로 단속한 인원만 총 32명에 이른다.

검찰 수사 결과 A의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약 7개월 동안 417회에 걸쳐 14억5800만원 상당의 프로포폴과 전신마취제인 에토미데이트를 프로포폴 중독자들에게 판매,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A의원에서 의사로 근무한 서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총 9억8134만원 상당의 프로포폴 등을 불법 판매,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병원 관계자들도 조직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파악됐다. 사무장 박모(57)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4억1850만원 상당의 프로포폴을 불법 판매,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담실장 장모(28)씨는 프로포폴 중독자로부터 받은 대금에 따라 투약량을 결정하고 간호조무사들은 의사인 서씨의 관리·감독 없이 수면 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상담실장과 간호조무사들은 기존에 프로포폴 오·남용으로 유명한 의원 출신으로 조사됐다. 상담실장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프로포폴 중독자 명단을 관리하면서 영업했고, 간호조무사들은 이전 의원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서씨의 관리 감독 없이 중독자들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이다.

이들은 결제한 만큼 무제한으로 프로포폴 등을 투약했다. 하루 최대 결제 대금이 1860만원에 이르는 사례도 드러났다. 최대 투약 시간은 10시간 24분인 경우도 있었다. 중독자들이 요구하면 프로포폴 투약은 새벽에도 이뤄진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서씨 등은 범행을 숨기기 위해 프로포폴을 투약한 적이 없는 260명에게 의료목적으로 프로포폴을 처방·투약한 것처럼 총 873차례 식약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님스)에 허위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프로포폴과 효능이 비슷하지만, '님스' 취급 보고 의무가 없는 에토미데이트를 중독자들이 모르게 섞어서 투약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팀장 김보성 강력범죄수사부장)이 20일 공개한 '영업 시간 외 투약 예약' 내용(왼쪽)과 '중독자별 1일 투약량과 총매출' 내용이 적힌 메모로 가명으로 쓰인 '딸기', '포도'가 이름 대신 적혀 있다. 서울중앙지검 제공

검찰은 이들에 대한 처방이 치료 목적이 아닌 수면과 환각을 목적만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프로포폴 중독자 전용 병원'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의원 내부에 '피부관리실'로 불리는 독립 공간을 만들어놓고 프로포폴을 투약할 침대, 냉장고, 주사기 등을 구비해놨다고 검찰은 밝혔다. 중독자들이 난동을 부릴 것에 대비하고 결제 대금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폭력조직원도 상주했던 것으로도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프로포폴을 투약하는 병원도 성형 수술과 통증을 수반하는 각종 피부과 시술을 하며 의료 목적을 빙자해 불법 판매를 하는데 A의원은 그런 시술조차도 이뤄지지 않는 곳"이라며 "사실상 의료기관 안에서 마약 장사를 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딸기, 포도는 처음부터 가명으로 누가 오든 프로포폴을 투약하는 것으로 식약처에 보고할 생각도 없이 장사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월부터 식약처와 합동으로 '의료용 마약류 전문수사팀'을 구성해 전담 수사를 진행해 왔다. 검찰은 지난 6월 A의원을 특정한 뒤 10일 뒤인 6월 27일 해당 의원을 압수수색하고 상담실장과 자금관리책, 간호조무사 등 4명을 검거했다. 9월에는 프로포폴 판매내역 14억5800만원을 특정하고 중독자 24명도 적발했다.

의사 서씨는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보완 수사 거쳐 지난달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끝에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도주한 윤씨 소재 파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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