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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줄이고 키우고"…주춤했던 은행 점포 통·폐합 다시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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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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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은 서울과 인천 총 10곳에서 고령층을 위한 'KB 시니어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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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이 이달 18일부터 운영하는 미래형 영업점 'AI 브랜치'. 사진=신한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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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한동안 주춤했던 은행권의 점포·통폐합 속도가 다시 빨라지고 있다.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 약화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금융산업의 흐름을 고려할 때 점포의 규모화는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금융당국은 TF를 꾸리는 등 은행 점포 수 감소에 따른 대책 마련에 나섰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다음 달 13일부터 말일까지 전국에 위치한 38곳의 점포를 통·폐합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앞서 지난 7월과 10월 전북 전주 태평동지점과 경기도 수원 권선동지점을 각각 없애고 인근 점포와 합쳤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8곳으로 가장 많고, 경기도(6곳), 부산(3곳), 대구(2곳), 대전(2곳) 광주(2곳) 등 대도시를 비롯해 충청(4곳), 경상(4곳), 전남(1곳), 강원1곳) 등 농업인과 금융 취약계층이 많은 지역도 통폐합 대상에 포함됐다.

우리은행은 올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점포(36개)를 폐쇄했다. 지난해 4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개입으로 주춤했던 은행권의 점포 통폐합에 다시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은행권의 점포 감축이 계속되자 지난해 금감원은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점포 수를 무분별하게 줄이지 말고, 부득이한 경우 대체 수단을 의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당시 이복현 금감원장은 "2020년 이후 600개에 가까운 은행 점포가 사라졌다"며 "어려운 시기에 노인 등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3546곳이었던 은행의 점포 수는 3년 만에 3011곳으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영업점 수는 2826개로, 3303곳을 유지했던 2020년 대비 477곳이나 줄었다.

은행들이 점포를 줄이고 대형화하는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모바일뱅킹 등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늘어난 데다 오프라인 영업점의 관리비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은행권의 입장이다. 점수 숫자를 줄이는 대신 남아있는 점포의 규모를 키워 전문성을 제고하겠다는 복안도 담겨있다.

은행의 점포 수 감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피할 수 없는 금융산업의 흐름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시니어층은 여전히 점포 방문을 선호하지만, 디지털 전환으로 대부분의 금융서비스들이 비대면으로 가능해져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점포는 오전엔 고객이 없어 한산하고 점심시간 등 특정 시간에만 일이 몰린다"며 "대면 수요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운영비용 부담이 커졌고, 은행권 입장에선 점포를 줄이고 디지털 영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 약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최근 신한은행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인공지능(AI) 은행원이나 은행 대리업 도입이 첫손에 꼽힌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4일 주요 은행장들을 불러 점포 폐쇄 대책을 논의했다. 은행권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AI 점포 도입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은행 간 공동점포, 이동점포 등의 활성화 방안도 TF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AI 점포 역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층이 이용하긴 쉽지 않다"며 "망분리 규제 완화 등을 바탕으로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은행권과 금융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보 기자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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