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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트럼프 맘대로만 될 세상이 아니다”…한국이 트럼프를 활용할 방법은 [이진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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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책환경 1기와 달라

韓위상 높아져 韓美협력 긴요

高관세, 보조금 속단 말아야

충격 대비하되 과잉반응 금물

매일경제

매일경제가 모노리서치에 의뢰 매출 기준 1000대 제조기업 중 응답한 110개 기업의 미 대선 결과에 대한 설문조사의 그래픽.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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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전 세계에서 치러진 선거의 공통점이 있다. 집권 여당의 완패다. 일본, 영국, 독일, 이탈리아, 호주, 대만 등에서 집권 여당이 선거에서 대패하거나 권력을 잃었다. 한국의 봄 총선도 마찬가지였다.

그 주요 원인은 물가다. 코로나19 이후 물가가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졌고, 이는 자연스럽게 ‘못 살겠다, 바꿔보자’는 심리로 이어졌다. 미국에서도 이런 분석이 꽤 있었다. 실제로 3분기 정당 지지율을 비교한 결과 30년 만에 공화당이 민주당을 추월했고, 이는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를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됐다.

트럼프의 귀환에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집권 1기(2017~2021년) 동안 펼친 난폭한 정책들 탓이다. 다만 간과하면 안되는 대목이 있다. 주변 환경이 1기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물가가 대표적이다.

지금 트럼프의 최대 고민은 물가다. 트럼프가 공약대로 중국에 60%, 다른 국가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물가 상승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고 고물가를 방치하면 국정 동력을 잃고 성장과 주가에도 큰 부담이 된다.

투자자들이 이를 모를 리 없지만, 최근 미국 경제에는 훈풍이 분다. 필자는 그 이유가 ‘학습 효과’에 있다고 생각한다. 감세, 규제 완화 등 성장 우선 정책에 대한 기억과 함께 극단적인 오버액션은 피해갔던 트럼프의 과거 성향이 시장에 신뢰감을 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관세 인상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며, 인상 폭과 대상도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협상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팩트체크 사이트인 폴리티팩트에 따르면, 트럼프 1기 시절의 공약 불이행률은 53%였다. 이를 두고 ‘트럼프는 거짓말을 잘한다’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트럼프는 타협할 줄 아는 현실주의자’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게다가 한국은 트럼프에게 후순위 타깃이다. 멕시코, 유럽연합(EU), 중국 순으로 마찰을 일으킬 것이란 예상이 많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한국은 무역 분야에서 가장 위험한 10위, 이민 분야에서는 7위 국가였다. 무역과 이민뿐 아니라 다른 이슈에서도 그닥 불리해 보이지 않는다.

우선 중국 억제에 적극적인 트럼프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칩스법) 보조금을 철폐해 동맹국과의 충돌을 감수할지 의문이다. 더구나 한미 협력은 중국 견제의 핵심 축이다. 섣불리 흔들 이유가 없다.

북한 역시 상황이 달라졌다. 핵 고도화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선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하며 러시아와 밀월 관계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놓고 트럼프가 으름장을 놓는 게 과연 영리한 행동일까.

최근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킨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 안보정책에 어깃장을 놨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인내했다. 1기 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개정했지만 대미 수출은 여전히 안정적이었고, 주가와 환율도 나쁘지 않았다.

틀림없이 트럼프가 한국에 새로운 양보를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 그 이상의 실리를 챙기면 될 일이다.

‘트럼프가 달라졌다’는 얘기는 올해 초부터 간간이 흘러나왔다. 특히 7월 총격 사건 이후 더욱 대통령다운 모습으로 변했다고 한다. 당선 후에는 입이 무거워지고, 거친 언사를 자제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좀 더 두고봐야겠지만 경륜의 무게일 수도 있다.

섣부른 낙관론도 피해야겠지만 무턱대고 공포에 사로잡히는 것도 금물이다. 분위기에 휩쓸려 손해를 볼 수 있다. 요사이 한국 시장의 반응이 호들갑스러운 것 같아 말이다.

매일경제

이진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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