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 '쿨쿨'…프로포폴 417회 불법 투약 의사, 조폭도 한패

프로포폴 불법판매·투약 범행 장소인 의원의 실내 모습/제공=서울중앙지검

검찰이 프로포폴 중독자들에게 원하는 만큼 환각·수면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병원 관계자들을 대거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특별수사팀(팀장 김보성 강력범죄수사부장)은 프로포폴 불법유통을 집중수사해 프로포폴을 불법판매·투약한 의원을 적발하고 의사·개설자·사무장·상담실장·자금관리책·간호조무사 등 6명과 중독자 1명을 각각 구속기소 2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해당 의원에서는 프로포폴 오·남용 의료기관 출신 상담실장과 간호 조무사를 중심으로 범행이 이뤄졌다. 보건 당국의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감시를 피하고자 의사, 사무장, 의료기관 개설자가 가담했으며 폭력조직원이 자금관리책을 맡았다.

의원 관계자들은 수면·환각 목적으로 총 417회에 걸쳐 14억5800만원 상당의 프로포폴과 에토미데이트를 프로포폴 중독자들에게 주사했다. 에토미데이트는 보건 당국의 NIMS(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보고할 의무가 없지만 효능은 프로포폴과 유사한 의약품이다.

병원 관계자들은 프로포폴 불법판매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프로포폴을 투약하지 않은 260명 명의로 총 873회에 걸쳐 처방·투약한 것처럼 보건 당국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보고했다.

해당 의원에서는 하루에 최대 1860만원어치 프로포폴 투약이 이뤄졌고, 최대 투약 시간은 10시간 24분이었다. 의원 내부에는 프로포폴 불법투약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대외적으로는 '피부관리실'로 지칭했다. 수면·환각 목적으로 프로포폴 투약을 요구하는 중독자들에게 결제한 액수에 따라 무제한 투약이 이뤄졌다.

프로포폴 중독자에게 사용하고 남은 폐기물

피부관리실 내 프로포폴 중독자들이 투약받는 침대/제공=서울중앙지검

프로포폴 등 전신마취제는 적정 투약량과 치사량의 차이가 매우 작은 반면, 의존성이 매우 커 중독자들이 반복·지속 투약해 호흡곤란이나 심정지 등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의료용 마약류 투약사건이 빈발하는 데 따라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 의료인의 마약범죄는2017년 42명에서 지난해 313명으로 대폭 늘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월 의료용 마약류 전문수사팀을 구성한 후 의료용 마약류 범죄를 전담수사해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공조해 병·의원별 처방내역, 해당 병·의원의 처방 환자에 대한 개인별 처방내역 등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고 의원의 매출장부, 거래내역, 관계자들의 휴대전화 문자, NIMS상 프로포폴 공급 내역 처방·투약 내역 등을 교차분석해 범행을 밝혀냈다.

검찰 관계자는 "의료용 마약류 전문수사팀은 종류별 오남용 형태, 유통시장 특성, 수사사례·연구결과 등을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중"이라며 "앞으로도 식약처와 공조해 의료용 마약류의 불법유통에 대해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박다영 기자 allze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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