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장거리미사일 쏜 우크라에 핵대응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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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핵 사용 교리(독트린)를 4년 만에 완화했다.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해 미국이 미사일 지원에 나서고 프랑스 등 나토 일부 회원국에선 파병론이 제기되는 등 서방의 개입 확대 상황에 맞대응하기 위해 초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개정 핵 교리를 승인하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리의 원칙을 현재 상황에 맞출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을 포함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제공하며 러시아와 간접적으로 군사 대립하는 상황을 고려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개정은 2020년 6월 이후 4년여만이다. 기존엔 △핵무기나 다른 대량살상무기가 러시아나 동맹국에 사용됐을 때 △적의 재래식 무기 공격이 러시아의 존립을 위협할 때 △러시아나 동맹국의 영토를 겨냥해 탄도미사일이 발사됐다는 믿을만한 정보가 입수됐을 때 △보복 핵공격 능력을 약화할 수 있는 핵심 정부·군사 시설이 공격당했을 때 핵무기 사용을 최종적 수단으로 고려할 수 있었다.
이번 개정으로 △러시아와 동맹국인 벨라루스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중대한 위협을 주는 재래식 무기 공격이 있을 때 △러시아와 동맹국에 대한 핵무기 및 대량살상무기 공격이 있을 때 핵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결심할 수 있는 상황이 '국가 존립을 위협할 때'에서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에 중대한 위협을 줄 때'로 완화된 것이 가장 중요한 변화다.
개정 핵 교리에는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에 의한 어떠한 공격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기존 교리에선 러시아의 핵 억지력 행사 대상이 주로 핵무기 보유국이었던 것과 비교된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승인한 상황에서 경계태세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우크라이나가 이날 새벽 러시아 접경지 브랸스크에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발사를 감행한 만큼 러시아가 새 핵 교리를 적용해 핵 대응 카드를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이 국가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최후 수단이라는 기본 원칙이라는 점도 교리에서 강조하고 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는 항상 핵무기를 억지 수단으로 간주해 왔다"며 "러시아가 대응해야 할 강제적인 상황에서만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교리는 또 잠재적 적의 항공기, 미사일, 드론을 이용한 대규모 항공 우주 공격에도 핵 보복을 고려할 수 있으며 적이 우주에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배치하는 것도 위협으로 간주한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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