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발언은 미중 사이에서 한국 외교의 좌표에 대한 원론적인 견해일 수 있지만 한편으론 다분히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겨냥한 호의적 뉘앙스로 읽히는 것이 사실이다. “미중 간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얘기는 흔히 이전 정부에서 ‘미중 간 줄타기’니 ‘중국 눈치 보기’니 하는 비판이 나올 때마다 내놓던 일종의 항변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간 윤석열 정부는 자유 인권 같은 이념적 가치를 내걸고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 자유진영 연대에 집중하는 선명성 외교를 추진해 왔다. 윤 대통령은 일찍이 “외교 노선의 모호성은 가치와 철학의 부재를 뜻한다”며 전임 정부와 달리 이념적 지향점을 분명히 내걸 것을 주문했다. 나아가 지난 정부의 친중 정책을 두고 “그래서 얻은 게 뭐냐”며 비판하기도 했다.
그랬던 윤 대통령이 새삼 중국을 미국과 동렬에 놓고 관계 개선을 강조했으니 ‘가치 외교’ 기조가 바뀌는 것이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물론 대통령실 측은 “외교 전략이 바뀐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고위 관계자가 그간의 외교 기조에 대해서도 ‘국익을 추구하다 보니 그렇게 됐던 것’이라며 국익을 앞세운 점은 더욱 주목할 대목이다.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의 정권 교체를 앞두고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두 개의 전쟁 조기 종결, 미중 경쟁의 격화, 북-미 직거래 등을 예고했지만 향후를 전망할 유일한 상수라면 그 예측 불가성일 것이다. 이런 초불확실성 앞에 우리 대외 정책도 조정이 불가피하다. 기조의 전환은 아니더라도 당장 외연을 넓히고 유연성을 키워야 한다. 한쪽에만 몰두하느라 무시 또는 백안시했던 다른 쪽을 살피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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