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N 드라마 ‘정년이’가 큰 인기를 끌면서 주인공인 김태리(정년이 역)가 입고 나오는 1950년대 한복의상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짧지만 하려했던 여성국극(국악극)의 전성기를 그린 이 드라마에서 한복은 단순한 의상을 넘어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tvN 드라마 ‘정년이’. tvN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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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기 이후 서양 문물의 유입과 구호물자로 수입된 다양한 원단이 사용되면서, 정년이가 입고 다니는 체크무늬 저고리를 비롯해 레이스와 꽃무늬가 달린 치마, 버선, 물방울 무늬 저고리 등 색다른 스타일의 한복이 나타나던 시기였다. 또한 한국전쟁 이후 의복의 실용성을 중시하게 되면서 저고리의 길이는 짧아지고, 소매가 좁아지는 등 입기 편하고 활동하기 편한 디자인으로 변화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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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의 주연 배우 김태리는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고애신, 영화 ‘외계+인’에서 영화 이안 역을 맡았을 때도 다채로운 한복의 맵씨를 뽐내왔다. 또한 올해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공진원)의 ‘한복 웨이브(Hanbok Wave)’ 사업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한복 웨이브는 ‘한복분야 한류연계 협업콘텐츠 기획 개발’ 사업으로, 2022년 피겨 스타 김연아, 2023년 가수 겸 배우 수지 등 한류 스타와 한복 브랜드 디자이너들이 협업해 한복 의상을 기획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앞서 김연아는 달항아리와 비슷한 곡선의 우아한 핑크색 한복을 입은 화보를 공개했고, 수지는 스타일리쉬한 한복 패션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한복웨이브에 참여한 피겨 스타 김연아의 한복 패션화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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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도 9월부터 공모를 통해 선정된 한복스튜디오 혜온, 리슬, 오르디자인하우스, 주식회사 한복생활 등 4개 업체 디자이너들과 함께 직접 한복디자인을 개발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한복은 12월에 패션잡지 화보로 공개하고, 국내외 패션쇼를 통해 선보이게 된다. 하이라이트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23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서 한류스타가 한복을 입고 촬영한 영상을 송출하는 순간. 맨해튼 거리에서 연말에 펼쳐지는 한류스타가 입은 총천연색 한복 패션 영상은 매년 세계인들의 눈길을 사로 잡아왔다.
자난해 12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브로드웨이 전광판에 공개된 배우 겸 가수 수지의 한복 패션 영상. 동아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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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붐이 일면서 세계적으로 한국의 전통문화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한식이나 한옥도 관심이 많지만, 옮겨다니기가 쉽지 않아요. 그러나 한복은 패션쇼를 통해서나, 길거리 의상을 통해서도 쉽게 볼 수 있어 시각적인 효과가 큽니다. BTS, 블랙핑크, 뉴진스 등 K팝 스타들도 입었던 한복은 ‘K컬쳐’의 아이콘이 됐습니다. 외국인들 뿐 아니라 국내 MZ세대들에게도 한복은 스타일리쉬한 잇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한복박람회 ‘한복 상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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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8월 공진원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한 한복박람회 ‘한복상점’에는 나흘간 4만 여명의 관람객들이 몰려들었다. 젊은 세대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한복상점은 전년 대비 61% 상승한 19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패션업계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한복의 매력은 곡선의 미학이 아닐까요. 달항아리를 닮은 치마, 기와집 처마처럼 5도 정도 살짝 하늘로 향해 구부러진 버선코가 바로 그것입니다. 또한 한복은 원피스 형태의 중국 치파오, 일본 기모노과 달리 상의, 하의가 나눠져 있는 구조인데요. 천연염색한 다양한 컬러로 배색할 수 있어 훨씬 화려합니다. 동정, 깃 하나하나를 다른 색깔로 만들어 액센트를 주기도 하고, 장신구 노리개로 변화를 줍니다.“
올 9월 서울 덕수궁에서 열린 ‘전통한복 곱게 입기 체험’ 프로그램.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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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회색 두루마기 한복에 뿔테안경을 쓴 한복 패션을 즐겨 하는 장 원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한복의 일상화 ’한복의 대중화‘를 내걸고 한복문화 확산 캠페인을 벌여왔다. 이를 위해 한복문화주간, 한복상점, 한복 곱게 입기 영상 콘텐츠 제작, 전통한복 입기 체험 프로그램 운영, 지역 한복문화창작소 조성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장 원장은 ”한복이 특별한 날만 입는 이벤트성 의상이라는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공진원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서 진행하는 사업이 ’한복 근무복 대자인 개발‘ 사업이다.
올 9월 서울 덕수궁에서 열린 ‘전통한복 곱게 입기 체험’ 프로그램.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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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이 근무하는 환경에서도 편리하게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한 한복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한복 근무복은 좀더 차분한 마음으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하고, 고객을 응대할 때에도 정중하고 친근한 분위기가 형성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공진원은 2020년 문화예술업, 2021년 관광숙박업, 2022년 운송 및 여가서비스업, 2023년 매장판매와 상품대여직 등이 입을 수 있는 350여 가지의 한복 근무복 디자인을 개발해왔다. 신라복 한복 디자인을 근무복으로 도입한 경주 화백컨벤션뷰로를 비롯해 현재까지 총 43곳이 한복 근무복을 도입했다.
장동광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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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복을 입으면 궁궐에 무료입장을 해줍니다. 앞으로는 국립국악원 공연장, 서울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등에서 한복을 입고 오면 입장료 30~50% 할인 혜택을 주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복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을 해가면 좋겠습니다. 외국에서는 오페라 공연에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오지 않습니까. 2021년에 대통령과 장관들이 한복을 입고 국무회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국회도 개원식이나 1년에 한번 정도 ’한복의 날‘을 정해서 국회의원들이 한복을 입고 품격있는 회의를 하면, 한복 대중화에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요즘 한복은 국제 외교무대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외교수단이다. 지난 7월에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기간 동안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한복패션쇼에는 국내 주요 한복디자이너 7인이 만든 한복을 프랑스 모델들이 입고 나와 IOC 스포츠 인사와 패션관계자들에게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또한 지난 10월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린 ’2024 한-베 우호 문화의 날‘ 행사에서는 한복과 베트남 아오자이 등 양국 전통의상을 소개하는 패션쇼가 열렸다.
2024 파리 올림픽 기간 중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한복 패션쇼.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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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통 한복과 베트남 아오자이를 번갈아 입고 나오는 패션쇼였는데, 너무나 반응이 좋았습니다. 한-베 우호 문화행사를 보고 필리핀, 인도네시아에서도 양국 전통의상을소개하는 비슷한 행사를 기획하고 싶어하네요. 해외교류 외교무대나 재외 한국문화원에서 한국문화를 홍보하기에는 한복만큼 좋은 아이템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이면 공진원 한복진흥센터가 10주년을 맞는다. 공진원은 한복진흥정책을 총괄하는 기관으로서 한복 기술자 양성교육을 하는 한복 마름방과 지역 한복문화 창작소 등을 크게 확충해나가고 있다.
2024 파리 올림픽 기간 중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한복 패션쇼.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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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에 전통문화산업진흥법이 시행됐습니다. 한복과 한지, 한식 등 전통문화를 진흥하는 페스티벌을 내년에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왜 일상적으로 한복을 입는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학술적인 뒷받침을 할 수 있는 포럼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복이 왜 좋은 것인지, 우리 시대에 한복이 다시 부각되는 이유, K컬쳐란 과연 무엇인가를 찾는 이론적, 역사적인 담론을 만들고, 한복을 대중화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을 해나갈 예정입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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