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 중 90%가 '중증·응급 구조전환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의대 정원 증원 카드를 꺼낸 정부가 지속가능한 진료체계를 만들겠다며 드라이브를 거는 의료개혁 중점 사업이다. 남은 5개 병원도 정부가 지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대로 시범사업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보건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4차 참여기관에 총 11곳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서울대병원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까지 소위 빅5 병원 모두 전환 준비에 들어갔다. 정부가 구조전환 사업을 공표한 지 한 달여 만에 전체 상급종합병원 47개 중 42곳(90%)이 참여를 결정한 것은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상급종합병원은 낮은 의료수가 탓에 '박리다매식 진료'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경증환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고난도 처치가 필요한 환자들이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가 많았다. '의료 쇼핑'이나 '응급실 뺑뺑이'가 급증한 것도 중증·응급·희귀질환 위주의 진료 환경을 만들자는 논의에 힘을 실어줬다.
당초 정부는 연말까지 구조전환 신청을 받겠다고 했으나 현재 속도라면 다음달 초 선정 작업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 관계자는 "남은 상급종합병원 5곳 중 삼성서울병원, 인하대병원, 울산대병원은 현재 진행 중인 중증진료체계 시범사업을 이달 안에 마무리하고 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른 2곳도 참여의사를 밝힌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구조전환 사업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진료 중심으로 재편되면 치매, 아토피 등의 기존 환자들이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정부는 중증환자 분류체계를 상병이 아닌 연령, 기저질환 등을 반영한 새 기준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장은 "치매의 경우 초고령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에 정책 지원에는 변함이 없다"며 "환자 상태나 기저질환 등을 고려했을 때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하는 것이 적합하다면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비중이 높아질 경우 전공의 수련 환경이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증 상태만 봐서는 질병의 초기 상태와 진행 경과 등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전공의 수련 단계부터 모든 환자군에 대해 배울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대한의학회 관계자는 "경증부터 중증환자까지 다 있어야 전체 스펙트럼을 배울 수 있다"며 "진료뿐 아니라 교육과 연구가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하는 공간인데 정부는 이를 다 무시하고 무조건 '중증 비중을 70%로 맞추라'고 하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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