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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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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허위사실’ 소명하란 재판부 주문에 녹취록·기사 일일이 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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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대선에서 대장동 사건 관련 허위 인터뷰로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왼쪽)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지난 5월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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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명예훼손 보도’ 사건 재판에서 이른바 ‘허위사실 찾기 공전’이 계속되자 검찰이 녹취록과 관련 언론보도들을 일일이 제시하고 있다. 검찰이 재판부의 질타를 받고 공소장을 변경했음에도 허위사실 관련 부분을 충분히 소명하지 못해 재판부가 ‘관련 증거들을 통해 공소사실을 구체화하자’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허경무)는 19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 기자에 대한 여섯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에 대한 서증조사가 진행됐다. 서증조사란 검찰이 증거로 신청한 서류 중 피고인들의 동의를 얻어 증거로 채택된 것을 법정에서 공개하고, 이를 통해 혐의를 입증하려는 취지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절차다. 앞서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에도 불구하고 뉴스타파 등이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허위사실’이 구체화되지 않자 “허위사실이 명확히 특정돼야 변론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며 서증조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은 2022년 3월6일 뉴스타파가 보도한 ‘2021년 9월15일자 김씨와 신 전 위원장의 녹취록’을 일일이 짚어가며 설명했다. 검찰은 녹취록에 나오는 ‘2011년 윤석열 당시 대검찰청 중수2과장이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면서 브로커 조우형씨에 대한 수사를 무마했다’는 김씨의 주장 자체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녹취록을 보면 김씨는 “(윤 당시 중수2과장과) 통할 만한 사람을 소개한 거지”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 등 조씨가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검찰은 “조씨 증언에 의하면 박영수 변호사를 소개받을 당시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조차 받은 사실이 없었다”며 “윤 과장과 통하는 박 변호사를 소개해준다거나 ‘커피나 마시고 가’라는 취지의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녹취록에서 김씨는 신 전 위원장에게 수사 무마 관련 이야기를 하면서 “언론에 나가면 큰일 나”라고 말하는데, 검찰은 이것이 “일종의 변명 장치”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정말 큰일 나는 내용이었다면 이를 기자인 신 전 위원장에게 말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신 전 위원장과의 대화가 의도된 것이 아니라고 꾸미기 위해 일부러 이같이 발언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녹취록에 신 전 위원장이 의도적으로 속삭이는 부분이 나온다며 ‘기획된 인터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녹취 일부의 음질개선 파일을 재생하며 “신 전 위원장이 김씨만 들을 수 있도록 ‘검찰에 출입할 때’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당시 검찰에 출입했다는 게 추가돼야 얘기가 더 설득력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녹음에 포함하라는 취지로 작게 속삭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피고인 측은 검찰의 주장에 대해 “연결고리가 부족하다”며 김씨와 신 전 위원장 사이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 15개를 법정에서 모두 재생하자고 제안했다. 김 대표와 한 기자 측 변호인은 “녹음파일을 듣다보면 나이 드신 두 분이 만담하는 수준”이라며 “대화의 형식, 취지, 내용상 인터뷰라고 볼 수 없는 형상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뉴스타파가 녹취록에 허위사실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기사와 유튜브 영상을 통해 유포했다고 밝혔다. 뉴스타파가 대장동 핵심 관계자인 남욱 변호사의 검찰 진술조서가 녹취록상 김씨 발언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음에도 일부만 발췌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뉴스타파는 김씨의 허위 프레임이 담긴 음성파일을 직접 인용하는 형태로 보도를 구성하면서 ‘윤석열 당시 과장이 조씨 사건을 덮었다’는 허위 프레임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보도에 대해선 “대검찰청 중앙수사본부는 조씨에 대해 참고인으로 조사하고, 대장동 사건으로 조사한 적은 없다”며 김씨가 만든 프레임이 기사에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기사의) 표현 자체가 의혹 보도에 있어서 (허위사실이라고 할 수 있는지) 글쎄”라고 의문을 표했다. 기사에서 단순 의혹을 보도하는 것은 ‘허위사실 적시’와 달리 볼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의 말이었다. 검찰은 “(의혹에) 불을 지피는 기사가 김씨가 만들어낸 가짜뉴스로 보도됐다는 점을 설명한 것이고, 향후 정확히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조우형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마무리했다. 앞서 조씨는 김씨가 수사 무마 의혹 보도가 나간 뒤 자신과의 통화에서 “형이 (사건을) 광야로 끌고 갈 것이니 너도 형을 따라와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김씨가 허위 프레임을 만들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활용됐다. 그러나 이날 김씨 측은 “형은 아무런 방어장비도 없고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광야로 끌려갈 것이다. 너는 숨어 있어라”라며 정반대의 취지로 말했다고 반박했다.

이날도 재판부는 “(기사에서 허위사실이) 어느 부분인지 특정하지 않아 의견 표명 부분도 허위사실 적시가 되는지 의문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며 공소사실에 대한 추가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기일을 다음달 10일로 잡고, 피고인 측 요청대로 김씨와 신 전 위원장의 녹음파일 15개를 모두 듣기로 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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